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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미래지향적인 근로시간 보완입법 필요하다
“근로시간이 단축되자 작업자들이 주 68시간 근로가 가능한 다른 현장으로 떠났습니다. 여기서는 더 이상 추가 수당을 받을 수가 없으니까요.”

어느 건설현장에서 인력 부족으로 공기(工期)가 지연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내뱉는 한숨이다. 지난 7월부터 근로시간을 1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법이 시행됐다. 누군가는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근로자들이 저녁 있는 삶을 누리고 기업은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반겼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시대적 흐름이다.

일본도 최근 잔업시간에 대한 상한 제한을 골자로 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혁법안을 통해 일본은 규제강화와 동시에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해 개혁의 균형을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시간 근로를 시정하면서도 플렉스타임(Felx Time)제의 청산기간을 늘리고 특정 고도전문업무에 대한 성과형 근로제(고도프로페셔널제도)를 함께 도입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정법 시행 후 3개월 이상 지난 지금도 현장의 혼란이 여전하고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근로시간을 급격하게 줄이는 내용임에도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지금은 산업구조와 업무환경 변화로 하나의 기업 내에도 많은 직무가 나타나고 근로형태도 직무에 따라 제각각인 시대다. 그에 비해 이번 법개정은 획일적으로 근로시간 총량을 제한할 뿐 다양한 업무에 대한 고려가 현저히 부족하다. 조속한 제도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유연근무제를 개선해야 한다.

유연근무제는 법정근로시간을 기초로 업무 사정에 따라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영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현행 유연근무제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할 만큼 단위기간이 짧고 도입요건이 까다롭다. 2017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3.4%, 재량근무제는 4.1%의 활용수준에 불과하다. 일례로 빙과업체는 성수기인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집중적인 생산이 필요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려면 단위기간 중 1주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춰야 하는데, 이같은 경우는 3개월의 집중 근로기간만큼 추가로 3개월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은 최대 3개월에 불과해 활용하기가 어렵다.

유연근무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1년까지 확대하고, 도입 요건도 현행 근로자대표와의 합의에서 개별 근로자와의 합의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얻어 주 52시간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한시적으로 근로시간 총량 자체를 늘려야 하는 경우를 고려한 제도다. 문제는 그 대상이 ‘자연재해와 재난’으로 협소하다. 업무 특성상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한시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

‘직무 특성’을 고려한 재량근로제 확대도 필요하다.

증권애널리스트, 카피라이터와 같은 직업들을 보자. 업무수행 방법, 시간 배분 등에 대한 사용자의 구체적 지시 보다는 성과 중심의 근로자 재량이 훨씬 중요하다. 창의성·전문성을 가진 직무는 근로시간 제약에서 벗어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은 ‘고도프로페셔널제도’에 의해 연봉 1075만엔(한화 약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 제외를 내년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단순한 시간 측정보다는 결과와 성과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개혁법안을 참고해 근로시간 결정에 재량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산업현장의 혼란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

기업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조속히 안착되도록 하려면 기업과 근로자의 수요를 고려한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을 부단히 고민해야 한다. 특히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다양화되는 근로형태만큼이나 근로시간도 기업과 근로자에게 더 많은 재량을 주는 방식으로 유연해져야 한다. 아울러 시간 단위로 근로가치를 평가하는 틀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라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 임금체계 개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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