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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살인사건(김호 지음, 휴머니스트)=조선시대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조사관이 현장에 출동, 시신을 검시하고 관련자들을 취조한 뒤 상부에 보고했다. 바로 ‘검안’이다. 현재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검안은 2000여책으로 사건은 대략 500여건이다.

대부분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작성된 기록들이다. 여기에는 질투에 눈이 멀어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한 남편, 사람을 죽이고도 여우를 때려잡았다는 양반, 아이를 납치해 간을 빼먹은 나환자, 사위를 살해한 딸을 제 손으로 목졸라 죽인 친정엄마 등 사회적 일탈행위들이 가득하다. 조선시대 살인의 양상은 강도나 절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특히 혼자사는 과부나 남의 집에 기식하는 여성은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었다.

검안은 시체를 검사하는 ‘시장’과 녹취록에 해당하는 취조기록인 ‘공초’로 구성되는데, 모든 진술은 구어체로 기록돼 사료적 가치가 높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못했던 서민들의 목소리,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역사다.

▶소설가(박상우 지음, 해냄)=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은 이상 문학상 수상작가 박상우가 소설가가 되려는 지망생들에게 들려주는 실천지침서. “내가 겪은 과정이 너무 힘들고 버거웠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썼다는 책은 문단과 재능, 자기관리 등 소설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문체, 구조, 내용, 분량 등 소설 구성과 새로운 소설의 가능성 등 소설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 작가는 시작부터 소설가에 대한 환상깨기에 나선다.

낭만적인 삶은 소설이 몇십만부, 몇백만부 팔릴 때의 얘기라는 것. 단편소설 한 편의 원고료는 100만원 정도로 생계를 꾸리는게 불가능해 잡문을 쓰거나 출판 아르바이트를 뛰게 된다며 현실을 직시할 것을 조언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고 노력한 만큼 돈이 되지도 않는 일을 평생 유지하려면 진지하고 성실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한 여러가지 설과 진정한 소설가가 되는 길 등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들려주는 조언들이 직설적이지만 따뜻하다.

▶작별(한강 외 지음, 은행나무)=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모음집. 수상작 한강의 ‘작별’외 강화길의 ‘손’, 권여선의 ‘희박한 마음’, 김혜진의 ‘동네사람’ 등 6편의 작품을 실었다. ‘작별’은 겨울의 어느 날 벤치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눈사람이 되어버린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 눈으로 뭉쳐진 육신이 점점 녹아사라지는 운명 속에서 그녀의 삶에 얽힌 관계들과 작별하는 과정을 시적으로 그려놓았다. “존재와 소멸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경계”라는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강화길의 ‘손’은 시골마을의 권태로운 일상에서 벌어지는 한 작은 사건이 얼마나 위태롭고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 그려냈다. 권여선의 ‘희박한 마음’은 주거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출처 없는 소리와 기묘한 꿈, 기억, 과거의 비밀을, 김혜진의 ‘동네사람’은 폐지 줍는 노인과 엮인 뺑소니 사건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과 본질을 보여준다. 정이현의 ‘언니’, 이승우의 ‘소돔의 하룻밤’, 정지돈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등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만나볼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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