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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슈끄지 파문’ 사우디 ‘중동의 맹주’ 입지 타격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33) 왕세자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 의혹에 싸였다. 빈살만 왕세자는 야심많고 무모한 권력자라는 평을 들으면서도 사우디의 탈석유 경제개발 계획인 비전 2030을 이끌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정상들과 해외투자 유치와 경제협력 등을 모색해왔다. [AFP AP 연합뉴스]
빈살만 개입설속 꼬리자르기 시도
NYT “사우디, 군장성에 덮어씌우기”
국제적 비난 고조…대미관계도 균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중동의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박 속에 사우디는 ‘중동의 맹주’라는 입지가 흔들리고 미국과의 동맹관계에도 균열이 발생할 조짐이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입설이 고조되는 가운데, 카슈끄지 피살을 정보기관 고위급의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고 있지만 사우디의 위상 추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 정부가 빈 살만 왕세자 측근인 아흐메드 아시리 장군을 카슈끄지 피살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사우디 지도부와 가까운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표면적으로는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아시리 장군을 범인으로 특정짓고 백악관에도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과거 예멘에서 사우디군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아시리 장군은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으로 암살 등을 위해 인원을 모을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사우디 지도부는 아시리 장군이 카슈끄지 심문을 위해 빈 살만 왕세자로부터 구두 승인을 받았지만 지시를 잘못 이해했다는 식으로 몰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여론이 악화되고 우방인 미국마저 투자 행사에 불참하는 등 손실이 커지자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시리 장군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나도 빈 살만 왕세자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카슈끄지 실종사건에 연루된 용의자 1명도 ‘의심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터키 유력 일간 예니샤파크가 보도했다. 숨진 사우디 왕실 공군 중위인 마샬 사드 알보스타니는 터키 측이 ‘암살단’으로 지명하고 얼굴을 공개한 15인 중 1명이다.

카쇼끄지 사태가 발생한지 겨우 2주정도 흘렀지만 중동의 역학구도를 뒤흔들만큼 후폭풍이 거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한 반면 사우디와 각을 세워온 터키와 이란은 정치적ㆍ경제적 이득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터키는 카슈끄지가 사라진 이스탄불 총영사관 내부에서 카슈끄지가 숨질 때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확보했다는 정보를 조금씩 언론에 흘리며 사우디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또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면서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완화를 얻어냈다. 위상이 한껏 올라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무슬림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터키”라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추락하던 터키 리라화는 카슈끄지 사태가 불거진 이후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란도 이번 사태의 수혜자다. 미국의 이란 제재를 뒷받침할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사우디와의 관계가 이번 일로 악화되면 이란은 원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얻게 될 전망이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선임 연구원은 “카슈끄지 사태에 따른 국제적 여파를 볼 때 이는 명백한 사우디의 정치적 실수”라며 “원유 시장에서 이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미국은 중동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이란 제재 조치까지 사우디가 꼭 필요한 존재지만 이번 사태로 마냥 두둔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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