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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량이 적어도 배성우가 맡으면 달라진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성우의 연기는 어디서건 빛난다. 목소리, 발음이 좋아 귀에 쏙쏙 들어온다. 드라마 ‘라이브’에서 오양촌 경위를 맡아 실감나는 감정 연기를 보여주었다. 당 태종의 20만 대군의 공격을 5천명의 고구려 군사들로 막아내는 영화 ‘안시성’에서도 성주 양만춘(조인성) 곁을 지키는 부관 추수지를 맡아 인간미를 부여함으로써 캐릭터를 살렸다. 분량이 적어도 배성우가 맡으면 뭔가 달라진다.

“만약 오양촌 역을 다른 배우가 했다면 섭섭했을 것이다. 작품에 애착이 있었다. 역할은 크지 않아도 ‘라이브’ 촬영은 즐거웠다. 다음 작품을 할 때도 배우들은 서로 연락하고, 회식때도 연락하고, OST를 틀어놓으면 울기도 했다.”

배성우는 지구대의 경찰이 겪는 일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현장에 나가고, 그래서 초동수사를 맡게된다. 단순 사건, 주취, 폭력도 지구대 소관이다.

“홍익지구대는 전국에서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여기 근무하는 경찰들과 금요일 밤 순찰을 돌고, 피범벅된 사람,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사람들을 봤다. 지구대 경찰은 잡일부터 술먹고 자는 사람을 깨우고 택시에 태우는 등 할 일이 많다. 극중 맨 마지막에 내(오양춘)가 칼을 맞는데, 그 부분을 뺀 대부분의 스토리가 실제 사건이 바탕이 됐다.”

‘안시성’에서 추수지를 맡았을 때도 캐릭터를 돋보이게 한다. 이는 배성우의 많은 고민과 연구의 산물이기도 하다.

“추수지는 상상의 인물이다. 오랜 전투에서 살아남아 무예 실력이 뛰어난 평민으로 파악했다. 성주와 속내를 나누는 사이라면, 공부를 안해도 험한 현실을 거쳐오면서 지혜가 생긴 인물이다. 성주와 교류하면서 지식과 지혜가 내공으로 쌓여있다.”

배성우는 감정적 동요로 흐르기 쉬운 영화속 전장(戰場)에서 당황하지 않고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그는 “영화가 전투신 등의 스펙터클에 초점이 많이 가 스토리의 분량이 적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가급적 일관된 캐릭터를 다져나갔다”고 했다.


배성우가 ‘안시성’ 대본의 최대 장점으로 여기는 것은 전투마다의 공격이 다르고 각각의 솔루션들이 있다는 점이다. 파트마다 그 상황에 맞는 전문성을 보여준다.

“목숨을 바쳐 이겼다가 아니다. 한 명이 영웅처럼 모든 걸 다 한 것도 아니다. 성 안에 흙을 넣어 무너지지 않게 하고, 성문이 뚫렸을 때도 덫을 쳐 잡고, 기름주머니로 공격하기도 한다. 이런 게 좋았다. 정신력으로 이겼다면 말이 안된다.”

이런 구도에서 캐릭터들의 특징이 더 잘 드러난다. 성주인 양만춘은 인간적이고, 성 주민인 성동일팀은 자발적이다. 양자는 전시에는 계급적 관계이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갔다. 캐릭터간 관계는 느슨하지만 태학 출신의 사물(남주혁), 파소(엄태구) 등의 많은 캐릭터들도 잘 보인다.

배성우는 선악 보다는 인물 자체의 매력이나 설득력을 중시한다. 악한 일을 해도 설득력이 있다면 좋다. 그는 배우로서 책임감도 있어야 하지만 점점 넓게 봐야한다고 했다.

“준비를 철저하게 해온 남주혁이 부러웠다. 이런 후배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준비를 많이 해가되 결정까지는 하지 마라고 했다. 현장에서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 박병은은 촬영장에서 재미를 준다. 박병은이 노력하는 개그라면 나는 녹아있는 위트다.”

배성우는 “작품 선택을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열심히 연기하는 건 당연한 거고, 의미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하고 싶다”면서 “재미와 의미가 결합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결합이 안되면 공허한 재미다. 재미만 있으면 관객이 이걸 왜 봤지 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영화를 보신 분이 만족했으면 좋겠다. 이제 ‘다작요정’은 떼고, ‘만족요정’이 되고 싶다”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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