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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선거제도 개혁, 국회가 못하면 국민투표로
국가 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 늘 최하위 점수를 받는 집단이 있다. 누구나 짐작하듯이, 대한민국 국회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7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국회를 신뢰한다는 국민은 15%에 불과했다. 그렇게 탈 많은 군대가 43%의 신뢰도를 보였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7년 한국의 사회지표’ 조사에서도 꼴찌를 차지했다. 작년만 그런 게 아니다. 2003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언제나 꼴찌였다.

국회에 대해 국민의 신뢰가 낮은 것은 제대로 일을 못하고 싸움만 하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이다. 정치판을 개혁해서 제대로 된 정치를 보여 달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지금 현안이 되고 있는 정치개혁특위 구성도 마찬가지다. 지분 싸움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송했다. 지난 7월 여론에 떠밀려 정치개혁특위를 포함하여 6개 특위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정당별 인원 배정을 두고 3개월의 시간을 날려 보낸 것이다.

정치개혁특위가 중요한 것은 공정한 선거경쟁을 위해서다. 소선거구제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다수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32.8%의 득표율로 42.2%의 의석(139석)을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도 25.6%의 득표로 42.6%의 의석(136석)을 가져갔다. 최고의 수혜자다. 그에 비해 국민의당은 30.64%의 득표율을 자랑했지만 13.2%의 의석(38석)에 만족해야 했다. 가장 큰 손해를 본 정당은 정의당이었다. 정당 득표율이 9%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의석은 2%(6석)에 그쳤다. 누가 보더라도 불공정 경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의 선택이 의석에 반영되지 않는 사표도 엄청나다는 것이다. 전체 유효투표 가운데 44.14%가 여기에 해당한다. 국회의원의 절반가량이 국민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런 국회를 어떻게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상식적인 국민이라면 이러한 불공정 경쟁을 당장에 바꾸어야 한다고 하겠지만 정치판은 꼭 그렇지 않다. 문제는 기존 선거제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보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비례대표의 확대에 찬성한다고 하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이유는 많지 않다. 기존 제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자한당의 경우, 다른 보상이 없다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당세가 약화된 마당에 제도적 혜택까지 사라지면 더욱 곤란해진다. 자한당이 반대할 경우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활동 시한도 12월 31일로 고작 두 달 보름이 남아있을 뿐이다. 의석수를 좌우할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대형 정쟁이라도 터지면 아무것도 못하고 개점 휴업할 가능성도 높다.

특위구성에만 석 달을 잡아먹은 국회가 두 달 보름 만에 정당의 명운이 걸린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할 때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한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 선택만큼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출방식은 거대 정당간의 정략적 담합의 결과였다. 그 결과 소수당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지속되었던 것이다. 국회에 충분한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기반성과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국민이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선거제도 개편이 국민투표에 붙일 만큼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헌법 제72조)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나 전시작전권 환수, 그리고 한미 FTA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요구가 있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국민투표를 발의해야 하는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경고라도 보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정치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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