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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준희 관악구청창] 우문현답, 현장이 답이다
하인리히 법칙. 대형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29번의 작은 재해, 300번의 사소한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 최근 서울에서 흙막이 주변 붕괴사고가 잇달았다. 사고의 징후가 나타났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바로 현장에 달려가서 문제점을 확인했다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를 저술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실사구시 정신을 담은 목민심서는 정치가, 공무원에게 여전히 필독서다. 실사구시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직접 만져보며 현장에서 체득한 사실에 입각하여 해법을 찾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방행정에서 현장중심의 실사구시적 접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주민과 직접 대면·대화하여 의견을 수렴하는 일은 최 일선 파수꾼인 지방행정가의 본연의 임무인 것이다.

구청장으로 취임한지 2주 남짓 됐을 때였다. 지역 주민들이 좁은 골목길을 넓혀달라고 구청장실을 찾아왔다. 도로 한쪽이 산이 접한 공원용지여서 대체부지나 100억원 이상인 토지보상 문제로 30년간 해결하지 못한 민원이었다. 바로 현장에 가보았다.

현장을 꼼꼼히 확인해보니 지적선을 따라 옹벽을 재설치하면 도로 폭을 어느 정도 넓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장에 가보면 새로운 것을 분명히 찾을수 있다. 민생현장을 먼저 살펴야하는 이유다.

구정 운영에 있어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을 최우선시 한다. 30여년 정치생활 내내 발로 뛰어보니 해답은 늘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 삶 속에 답이 있다.

‘현장중심 소통 구정’은 민선7기 관악구의 모토다. 민원이 발생하면 먼저 주민의 말을 경청하고 현장을 방문해 사실을 확인한다.

요즘은 전체 동을 돌면서 생활불편 사항을 듣고 해결방안도 주민과 함께 모색하는 중이다. 전국 지자체의 공통 현안인 쓰레기 문제 역시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 아침마다 빗자루를 들고 골목길을 청소하며 쓰레기 문제를 살핀다. 전시행정이나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매월 사례발표, 토론 등을 이어가며 주민 자율청소 문화를 확산시킬 구상이다.

현장행정의 시작은 소통이다. 관악구는 현장중심, 주민소통이 상시 가능하도록 ‘관악청’을 조성한다. 여기서 청자가 ‘관청 청(廳)’이 아니라 ‘들을 청(聽)’이다. 구청 1층 카페형태의 구청장실에서 주 1~2일 집무를 보며 현안을 듣고 주민과 소통하려 한다. 유리벽과 대형 원탁테이블로 꾸며진 열린 회의공간도 마련된다. 가장 먼저 완성되는 ‘제1호 공약사업’이자 ‘전국 최초’의 시도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하나로 자리에 앉아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제아무리 최첨단 기계일지라도 민생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다 읽어 낼 수 있을까. 딱딱하고 차가운 금속덩어리가 가가호호 직접 뛰는 발품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의하달, 이론중심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질적 정책은 시대적 요구다. 조선시대 현장중심의 실사구시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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