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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완의 포스트차이나]차ㆍ조선ㆍ디스플레이까지…中 의존하다 따라 잡힌 제조업

- 중국발 제조업 위기. 차,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등 줄줄이 中에 발목
- 반도체, 석유화학 등도 안심 못해
- 기존 주력 제조업 뿐만 아니라 4차 산업 분야서도 위기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대한민국 제조업의 현재와 미래가 중국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에 추월당하기 일보 직전이고, 기술 격차를 자신하던 반도체는 중국 업체의 추격이 매섭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은 중국 시장의 저성장과 불확실성으로 위기에 직면한 실정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은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신산업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국내 주요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주요 제조업, 대중 경쟁력 비상= 국내 수출을 주도해온 주요 제조업 경쟁력이 이미 중국에 따라잡히거나 추월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세계 철강 시장의 공급 주도권이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7000만톤 내외에서 큰 변화가 없지만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2007년 4억9000만톤에서 2016년 8억1000만톤으로 급증했다. 현재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중국의 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철강 제품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 철강 제품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6년 17.1%에 달했지만 지난해 15.1%로 줄었다.

글로벌 수주 가뭄이 지속되는 조선업에서는 미약한 규모의 수주마저 중국에 밀리는 양상이다.

중국의 수주잔량 점유율은 금융위기 이후 40%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2012년 31.4%를 정점으로 지속 하락하면서 2017년 기준 21.1%에 불과하다.

신규 수주량에서도 한국이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산업 내 일감 부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글로벌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 업체인 BOE에 내줬다. 중국 BOE는 지난 8월 대형 LCD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24%를 기록해 LG디스플레이(19%)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한국 주력산업의 위기와 활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 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에서 한국은 2015년 4위로, 중국(3위)에 추월당했다”고 밝혔다. CIP는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에서 매년 발표하는 지표로,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수출 지표, 제조업 부가가치의 국가 내 위상 등 제조업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반도체도 안심 못해, AI·드론 등 4차 산업 경쟁력 밀려= 국내 전체 수출 가운데 17%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중국에 3년 가량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년 내 한국 주력제품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중국 반도체 업체의 본격적인 진입이 예상되면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점유율 하락이 우려된다.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약 170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며 자급률을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산업의 가장 큰 위협요인은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의 중성장 경로 진입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입증가율도 하락하고 있다.

실제 중국의 수입증가율(실질 기준)은 2012년 13.6%에서 2017년 3.1%로 하락했다. 한국의 수출산업별 중국 시장 의존도에서 유화산업은 56.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의 한국에 대한 중장기적 위협요인은 한국 제조업의 중국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언젠가는 우리 기업들에게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이라며 “단기적 위협요인은 이제는 중국 제조업이 한국 제조업의 수요처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 상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비해 4차 산업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차세대 인공지능(AI) 발전계획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신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장기적인 성장 동력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주요국 4차산업혁명 기술격차’에서 올해 한국은 중국에 비해 4차 산업혁명 5개 분야에 열위, 2개 분야 경합, 5개 분야에 우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 열위 분야는 블록체인, AI(인공지능), 우주기술, 3D프린팅, 드론이고 경합 기술은 첨단소재와 컴퓨팅기술이다. 한국이 비교 우위인 기술은 바이오와 사물인터넷, 로봇, 증강현실, 신재생에너지에 불과하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바이오, 사물인터넷, 신재생에너지, 로봇, 증강현실의 기술수준이 2023년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경합 분야였던 첨단소재와 컴퓨팅 기술은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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