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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문인화가 이인상의 삶·예술 재해석
추사 김정희는 이인상(1710~1760)의 그림을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가 넘치는 작품’이라고 높이 평하고, 특히 전각(篆刻)은 200년 이래로 따를 자가 없는 고결함이 있다고 했다. 높은 선비의 품격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조선 후기 최고의 문인화가로 불리는 이인상에 붙들린 문화연구가 박희병씨가 회화와 서예를 아우른 평전 ‘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을 냈다. 20년 동안 연구, 집필한 책으로, 한 인물의 삶과 예술을 오랫동안 들여다본 이의 생생함과 세부, 새로움이 오롯이 녹아있다.

지은이는 1998년 이인상의 문집 ‘능호집’을 번역하면서 이인상 연구를 시작해, 이후 능호집의 초고본에 해당하는 문집인 ‘뇌상관고’를 보고 이인상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다. 이후 그는 서화로 넘어가 10년에 걸쳐 자료를 축적했다. 이 책에는 회화 64점, 서예 127점, 전각 30종을 다루고 있는데, 이윤영의 작품으로 알려진 ‘수루오어도’와 ‘영지도’를 이인상의 작품으로 밝혀놓는가하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서예 수십 점을 발굴, 수록했다. 특히 제2권 서예는 이인상 서예의 미학과 동아시아적 연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인상의 생애 중 잘못 알려진 부분도 바로 잡았다. 능호관이 살았던 지명 중 ‘종강(鐘岡)’을 기존 연구에선 이인상이 고을 원을 지낸 음죽의 지명으로 본 것과 달리 지은이는 종강을 종현, 즉 명동성당이 있는 곳, 북고개로 지목한다. 이인상은 음죽 현감을 그만둔 뒤 이곳에 거주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인상의 작품을 해석하는 문제로 연결된다. 지은이는 고증에 그치지 않고 능호관의 예술사적 자리매김을 시도한다. 이인상 연구의 새로운 물길을 연 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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