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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의 농촌여행 코스]‘단풍터널’속 레일바이크…정선에 가니‘힐링’이 절로 되네
강원도 정선은 수려한 경관을 즐기고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순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움, 몸과 마음의 힐링을 제공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정선의 폐역인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이어진 철길로, 레일바이크 페달을 밟아 시속 10~30km로 달리며 단풍으로 물드는 산과 숲, 맑은 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송천계곡 옆 솟아오른 기암 ‘장관’
아리랑시장 5일장 열차 운행 활기
‘삼시세끼·아빠어디가’ 촬영지 유명
화암동굴·억새 민둥산도 추천코스

오지가 간직한 때묻지 않은 자연, 파란 하늘과 붉게 물든 단풍이 조화를 이루는 곳.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요란하지 않은 개발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새로운 삶의 원형을 찾아가는 곳. 그 속에서 오랫동안 터전을 일구고 지혜를 축적해온 농촌마을을 체험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곳. 백두대간의 깊은 골짜기에 자리잡은 정선 얘기다.

척박한 환경에서 가난과 씨름하며 힘들게 살아왔던 과거의 흔적은 거의 사라졌다. 석탄을 운반하던 철길은 레일바이크로 변신해 깔깔거리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폐광은 기발하게 변신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읍내에는 현대식 문화예술회관이 들어서 전통 아리랑을 공연하고, 5일장도 다시 살아났다. 농촌체험마을엔 청소년과 가족 단위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이러한 변화에도 정선엔 다른 소도시들이 보여주는 난개발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상업주의에 내몰려 대형 쇼핑몰을 짓지 않고 대신 읍내의 오래된 가옥들을 게스트하우스 겸 앙증맞은 커피숍으로 재탄생시켰다. 한때 TV 인기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갑자기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들어 ‘속수무책’이었던 적도 있지만, 이젠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되찾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공사가 10월의 농촌여행코스로 선정한 정선의 레일바이크~아리랑시장~덕우리마을~화암동굴~민둥산 억새꽃 축제는 이 곳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는 정선행이 제격이다.

단풍 속을 달리는 레일바이크=정선에서 북동쪽으로 20여km 떨어진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km의 철길엔 기차가 없다. 석탄의 쇠퇴로 주민수가 급감하면서 기적이 끊긴 철길엔 관광객들이 두발로 밟아 달리며 주변의 치솟아오른 산과 우거진 숲, 그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 발 아래의 강물과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레일바이크가 달린다.

레일바이크는 2인용과 4인용이 있어 연인이나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적합하다. 레일 위를 달리기 때문에 4인용이라도 한 사람만 페달을 밟아도 부드럽게 잘 나간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은 과거 정선 오지 중의 오지였던 곳으로, 레일바이크는 정선아리랑의 애절한 사연이 깃든 절경 속을 달린다. 송천계곡 옆으로 치솟아오른 기암절벽과 정겨운 농촌 풍경도 시야에 들어온다. 가을 단풍으로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산과 숲을 지나고 송천 강변을 달리며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들이키다 보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자연과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아리랑 시장= 매 2일과 7일 열리는 전통 5일장으로, 지역의 다양한 특산품과 먹을거리가 풍부해 토속적인 정취와 옛 장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각종 농산물과 각종 채소,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 황기, 더덕 등이 좌판에 펼쳐진다.

1966년 개장된 아리랑시장은 흥성과 쇠태를 거듭하다 1999년 정선 5일장 열차가 운행되면서 활기를 찾아 이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2012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이제는 매주 토요일 주말장도 열린다.

장날과 토요일에는 다양한 문화공연과 축제도 열린다. 장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농산물과 토속 공예품들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후, 시장 안이나 주변의 식당에서 곤드레밥이나 감자옹심이를 곁들이면 꿀맛이 따로없다.

‘삼시세끼’ 촬영지 덕우리 체험마을= 정선읍에서 426번 지방도 칠현로를 따라 7km 정도 남동쪽으로 내려오면 덕우리체험마을이 나온다. 가파른 산세로 언뜻 마을이 잘 보이지 않지만, 팻말을 따라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아래로 내려가면 마을을 휘감아 도는 어천(魚川)을 끼고 인구 130여명의 작은 농촌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어천 건너편으론 깎아지른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취적봉이 보인다. 덕우리는 마치 닭이 알을 품은 것처럼 산과 작은 개천을 끼고 자리잡고 있어 들어서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지난 2012년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이곳은 2014년 tvN의 ‘삼시세끼’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어 MBC ‘아빠어디가’가 이곳에서 촬영되고 배우 원빈과 이나영이 간소한 결혼식을 이곳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름 관광을 이룬다. 작은 마을에 하루 1만5000~2만명의 관광객이 몰려 애를 먹기도 했다고 한다. 이제는 주말 기준으로 200~300명이 찾아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트레킹을 즐기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장소로 자리를 잡았다.

옛 금광의 영화를 간직한 화암동굴= 덕우리마을에서 다시 426번 지방도를 타고 9km 정도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화암동굴이 나온다. 다양한 동굴 생명체들, 종유석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과거 금을 채광하던 천포광산의 상부갱도 515m 구간에는 금광맥의 발견에서부터 금광석의 채취까지 전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해놓았다. 갱도를 이리저리 뚫은 관계로 1803m의 긴 동굴이 만들어졌고, 탐방시간도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억새가 혼을 빼앗는 민둥산=가을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억새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혼을 빼나갈 듯 자태를 뽐낸다. 그 중에서도 정선의 민둥산은 전국 5대 억새풀 군락지 중의 하나로 10월이 절정이다. 민둥산은 해발 1118m의 비교적 높은 산이나 둥그스름해 민둥산이라 한다. 소나무와 잡목이 무성한 등산로 초입을 지나 어느새 7부 능선을 넘으면 완만한 구릉지대가 펼처지고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전망과 함께 완만한 곡선을 따라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억새들의 향연이 끝없이 펼쳐진다. 억새꽃이 피는 10만여 평의 정상 평원은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역새천국으로 10월말까지 축제가 이어진다. 

이해준 기자/hj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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