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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매도행렬 ‘비상’…“내년이 더 걱정”
미 금리인상 후 2조 이상 순매도
韓·美 금리 11년만에 최대 격차
“내년 美 기준금리 4회 인상도 가능”
증권가, 자본유출 심화 공포감 확대


11년만에 최대로 벌어진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에 자극받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빠르게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빼내 현금화하고 있지만 이들을 붙잡을 정책 수단은 전무한 형편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는 자본 유출이 심화될 것이란 공포감이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1조7829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3480억원을 순매도하며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9월 들어 반짝 오름세를 보였던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고, 코스닥 지수 역시 750선을 내줬다.

외국인 투자자금 썰물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연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2.00~2.25%로 25bp(1bp는 0.01%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금리를 1.5%로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금리차는 75bp로 2007년 7월 이후 최대로 확대됐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FOMC 이후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함께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취약 지대인 신흥국에 대한 구조적 회의론이 부각됐다”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외국인의 현ㆍ선물 매도(sell-off)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월 들어 글로벌 투자자들은 아시아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을 회수해 선진국에 투자하거나 현금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데이터 회사인 톰슨로이터가 글로벌 주요 투자기관의 자산배분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10월 포트폴리오 설문조사 결과 10월 자산 포트폴리오 중 주식의 비중은 48%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면 현금 비중은 5.2%에서 5.5%로 늘었다.

주식 시장에 남은 투자자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해 북미와 유로존 등 선진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일본과 아시아 비중은 3%가량 줄어든 반면 북미와 유로존 비중은 각각 2%, 1.5% 늘어났다.

문제는 자본 유출을 야기한 한미 금리 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며 12월 금리 추가인상은 물론 내년 3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9월 실업률이 3.7%로 반세기 만에 최저치로 내려 앉아 완전 고용 수준인 4%를 6개월 연속 하회하고 있다”면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치와 달리 확대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4차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시 경제의 부진으로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 한국은행의 고민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7~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한은이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겠냐는 기대 심리가 부상하고 있다”면서도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2.0%, 전분기 대비 0.6%로 큰폭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상반기까지 건설투자를 포함한 설비 투자가 감소할 위험성이 있어 거시 변수만 본다면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신흥국 불안, 무역 분쟁 이슈로 인해 원화 약세 압력은 커질 것”이라며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치솟는다면 코스피 지수는 217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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