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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궁내막암은 폐경 전후 발병?…비만이 젊은 환자 부른다
11일 ‘비만 예방의 날’과 여성 건강
서구화된 식생활에 학생 비만율 급증
체질량지수 증가할수록 발병·사망률 
“식습관·운동으로 적정 체중 유지해야”


매년 10월 11일은 ‘비만 예방의 날’이다. 2010년 보건복지부와 대한비만학회가 비만 예방을 위한 인식 제고ㆍ교육ㆍ홍보를 위해 제정한 날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을 보면 우리나라의 성인 비만율(33.4%)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평균(53.9%)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2020년에는 39%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도 비만 인구도 2030년에는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도 비만의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이에 복지부는 이달 한 달을 ‘비만 예방의 날’ 홍보ㆍ캠페인 기간으로 정하고, 걷기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비만은 그 자체로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각종 합병증도 일으켜 더 문제다. 심장병, 뇌졸중, 제2형 당뇨병, 암 등 각종 심각한 질병의 원인 질환으로 작용한다.

비만으로 발생하는 대표적 암이 자궁내막암이다. 비만이 몸에 만성 염증을 일으켜, 당뇨병은 물론 자궁내막암까지 유발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층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문제다. 때문에 예방을 위해 평소 운동,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 등 대사증후군, 자궁내막암 유발=여성 생식기인 자궁은 크게 체부(골반 배 속 부위)와 경부로 나뉜다. 많이 알려진 자궁경부암은 밖에서 관찰 가능한 질과 연결된 부위에 생기는 암을 일컫는다. 이와 달리 자궁내막암은 여성호르몬 주기에 따라 월경하며 두꺼워졌다가 얇아졌다 하는 자궁내막에 암덩어리가 생긴 것이다.

자궁내막암은 식습관, 비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2년 ‘비만과 신체활동에 대한 암예방 핸드북’을 통해 비만이 여성에게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했다.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칼로리 음식 섭취가 잦은 비만 여성의 경우 난소 외에 피하지방에서도 여성 호르몬 관련 성분이 분비된다”며 “호르몬 노출이 이처럼 많아지면 자궁내막을 자극하게 돼 암 비율을 높인다”고 말했다.

김열홍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도 “비만 등 대사증후군은 폐경 이후 여성의 자궁내막암 발생을 높이는 주적”이라며 “대사증후군 위험 요소가 적으면 자궁내막암에 걸려도 생존율이 높다”고 했다.

이는 국내외 연구에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50~64세 영국 여성 122만여 명을 대상으로 6년간(1996~2001년) 추적 관찰한 결과 체질량지수(BMIㆍ㎏/㎡)가 증가할수록 자궁내막암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아졌다.

역시 미국 듀크대에서도 2000~2009년 발생한 자궁내막암 437명에 대해 수술 당시 체중과 BMI를 측정한 뒤 각각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환자 중 44%에서 BMI가 증가했다. 이들 환자 중 대부분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 늘어 적극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김정식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비만한 사람은 지방 조직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론이 미약하게 만들어져 자궁 내막을 증식시킨다”며 “증식된 자궁 내막 조직에서 돌연변이인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궁내막암 환자 중 비만 환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체중 감량을 주문하는 것은 물론 대사증후군이 발생하는지도 살피고 있다”며 “이는 비만을 동반한 자궁내막암 환자에 생존율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30대 이하 자궁내막암 환자 증가 추세=자궁내막암은 과체중과 함께 조기 초경(12세 이전), 늦은 폐경(51세 이후)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식생활이 서구화된 선진국 여성에게 발생 빈도가 높고 주로 55세 이후에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8.9%(1만1629명 중 1043명)이었던 자궁내막암 환자 중 30대 이하 비율은 지난해 10.0%(1만7421명 중 1738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대해 김정식 교수는 “지금까지 자궁내막암은 주로 50대 이상, 폐경 여성에게 자주 나타났지만 최근 들어 젊은 환자가 늘고 있어 문제”라며 “이들은 대부분 가임기여서 자궁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치료해야 해 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의 증가에 대해 전문의들은 비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의 ‘2017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를 보면 지난해 초ㆍ중ㆍ고교생의 비만율은 17.3%로 전년(2016년ㆍ16.5%)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2008년(11.2%)과 비교하면 6.1%포인트나 증가했다.

키는 커지지 않은 반면 체중은 모두 증가했다. 특히 고3 여학생의 키는 2007년 160.9㎝에서 지난해 160.8㎝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55.4㎏에서 57.8㎏으로 늘었다. 학생 비만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은 달라진 식습관 등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 1회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비율은 초등학생 68.0%, 중학생 78.5%, 고등학생 80.5%로, 2013년보다 각각 8.0%, 9.4%, 9.4%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대해 김정식 교수는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비만,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 환자의 증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패스트푸드 등 바람직하지 못한 식습관, 운동 부족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젊었을 때부터 적정 체중을 관리해 비만해지지 않는 것이 자궁내막암을 막는 지름길이 된다. 김정식 교수는 “어릴 때 학교에 다닐 때부터 체육 시간 등을 통해 운동을 생활화하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며 “유산소 운동뿐 아니라 근력 운동까지 병행해 기초대사량을 높게 해 중김 근육을 키워야 비만해지지 않고 자궁내막암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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