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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불법 카르텔] ‘플친’ 등록하니 사설토토 GO? 불법 도박 출입구된 카카오톡
‘무심사’ 허점 틈타 수법 교묘해져
실명에 계좌까지…개인정보 유출도


“저희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로 지금 공유방에 들어온 회원만 3000명이 넘어요. 이런 업체도 못 믿으시면, 사설 토토 다른 데서도 못 하시죠.”

휴대전화를 열고 카카오톡 검색창을 켰다. 도박을 암시하는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자 이른바 ‘○○분석팀’이라는 플러스 친구 계정이 추천된다. 해당 계정을 친구로 등록하자 곧장 가입 안내 메시지가 온다. 돈다발과 해외 축구 경기 결과표가 찍힌 사진도 함께 보여준다. “안전하니 믿고 하라”며 플러스 친구 계정에 올라온 공지부터 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른바 ‘사설 토토’로 불리는 불법 온라인 스포츠 도박 사이트 계정이다.

집중 단속으로 한때 지하로 숨어들었던 온라인 불법 도박 업체들이 휴대전화 메신저를 이용해 공공연하게 참여자들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의 1년 매출은 정부가 파악한 것만 70조원에 달하지만, 정작 단속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이버도박 집중단속 현황’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집중단속에서 적발된 국내 온라인 불법 도박 건수는 3218건에 달한다. 지난 2015년 집중단속(1547건) 때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경찰은 2년마다 사이버도박 집중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최근 온라인 도박은 메신저를 통해 공공연하게 참여자를 모집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 6일 오후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는 한 플러스 친구 계정과 직접 연락을 시도했다. ‘친구 맺기’를 하자 자동 메시지로 가입을 위해 1:1 채팅을 해야 한다는 안내가 왔다. 해당 계정은 “최근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이 많아 부득이하게 참여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가입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은 해외 축구 경기 결과를 예측하면 결과에 따라 많게는 100배가 넘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며 “하는 방식은 실제 토토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을 위해 가입 전 참여자의 계좌번호를 먼저 받는다”며 계좌정보까지 요구했다. 불안해 가입이 어렵다는 말을 하자 “지금 카카오톡 채팅방에 있는 참여자만 3000명이 넘는데, 우리를 믿어야 돈을 벌 수 있다”며 오히려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짜 계좌번호를 건네주고 나서야 실제 도박 사이트의 주소와 이른바 ‘가입 코드’를 받을 수 있었다. 한 번 코드를 사용하면 다시 가입이 불가능하니 조심하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뒤늦게 신분을 밝히고 불법 도박이 아니냐고 묻자 해당 계정은 “해외에서 정식 라이센스를 받고 하는 일”이라며 1:1 대화방을 폐쇄했다.

‘해외 정식 라이센스’를 언급했지만, 이들 업체는 모두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들이다. 현대 카카오톡에서 검색되는 도박 관련 플러스 친구는 확인된 것만 30여 개에 달한다. 한 업체가 6~7개 아이디를 운영하며 참여자들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불법 도박 업체들의 이 같은 모집 방식은 지난해부터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주로 홍보를 위해 이용하는 플러스 친구 기능을 이용하면 경찰의 수사를 피하면서 참여자들의 신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톡이 지난해 기업 계정 생성 시 진행하던 심사 과정을 생략하면서 이들의 규모는 더 커지고 수법은 교묘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메신저를 이용한 도박 참여자 모집이 유행하고 있다”며 “도박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실제 도박 사이트 주소는 숨긴 채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는 쉽게 받아갈 수 있어 관련 모집 방식에 대해 주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도박 문제에 대해 김 의원은 “국민 대부분이 쓰고 있는 카카오톡을 통해서 불법 도박 사이트들이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카카오톡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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