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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속속 뒤집히는 교육정책, 그 혼란은 누가 책임질건가
문재인 정부 주요 교육 정책이 하루 아침에 뒤집히거나 로드맵이 갑자기 변경되는 바람에 교육현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한지 불과 이틀만에 유치원 방과 후 영어 금지 방침이 철회되고 고교 무상 교육 시행이 1년 앞당겨졌다. 뿐만이 아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와 자율형 사립고 및 외국어고 폐지, 고교학점제 등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매듭되지 않은 문제가 많아 미뤄지거나 표류하고 있다. 무엇보다 긴 안목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교육정책이 치밀하지 못하고, 여론 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다. 설익은 정책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공연히 사회적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 부총리가 밝힌 유치원 영어 방과 후 특별활동 금지 방침 철회는 그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유 부총리는 4일 국회에 출석해 “유치원 방과 후 영어가 금지되면서 사교육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언급했다. 이어 교육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학부모 요구 등을 고려해 놀이중심 영어교육을 허용하겠다”고 최종 정리했다. 정부는 지난해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발표해 커다란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그로부터 10개월만에 아예 정책 자체를 접기로 한 것이다.

이제라도 잘못된 방향을 바로 잡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졸속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초 교육부는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자 정책숙려제를 실시한다며 연말까지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숙려 과정도 생략한 채 이번에 백지화를 발표한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도 마찬가지다. 2020년부터 하기로 해놓고선 유 부총리가 취임사에서 불쑥 조기시행 방침을 밝혔다. 조기 시행이 나쁠거야 없지만 문제는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에 2조원 가량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그런데 어떤게 그 돈을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선 일언반구 이야기가 없다. 더욱이 내년도 예산편성도 이미 끝난 상황이다. 관련 법령도 정비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러니 자신의 자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고교 무상교육 조기시행이라는 카드를 부랴부랴 들고 나왔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모든 국가 정책이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교육분야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러기에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백년대계를 ‘아니면 말고’식의 실험 대상쯤으로 여긴다면 그 혼선은 누가 책임질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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