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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가을햇살 ‘쨍쨍’…연평도엔 풍어歌 ‘얼쑤’
연평도 구리동해변 일몰.
무르익는 남북 화해무드 ‘희망여행’ 명소
65년 간의 불안감 해소…신나는 꽃게 조업
빠삐용절벽·병풍바위 자태…‘밥도둑’ 성찬
양양엔 연어 귀향·남원엔 풍요의 삼색절경
하동 코스모스 레일바이크 “신데렐라 된듯”

남한 서해안 어딘가에 살던 심청이 아비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팔려 배에 몸을 싣고 북으로 갈 때, 갈매기만 기룩기룩 울 뿐,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북한의 장산곶 앞바다 인당수에 빠졌다가 서해 용왕의 도움으로 연꽃에 태워져 다시 남한 경기도 옹진군에 화려한 귀환을 할 때에도 그랬다.

남북이 가로막힌 요즘 처럼 누군가 제지했더라면 심청전의 ‘인생 역전’ 해피엔딩은 없었을 것이다.

심청 이야기의 무대인 남북 접경지역 서해5도가 다시 심청전의 해피엔딩을 꿈꾼다. 초가을 남북 정상이 올들어 세번째 만나 인당수 앞 장산곶 장사정포의 후방 철수를 추진하는 등 서로 공격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으면서 가장 기뻐했던 곳은 주민 대피 사태를 겪었던 연평도이다. 추석 전 남북 합의는 연평도 주민들에게 종전 65년래 최고의 희소식이었다.

DMZ여행코스 화천 파로호의 한반도섬.
▶남북 우정어린 약속에 흥겨운 노젓기
=추석을 전후해 때마침 제철을 맞은 꽃게 잡이가 재개돼, 연평도 주민들은 속 편하게 풍어를 구가하고 있었다.

제철 꽃게는 시원한 꽃게탕,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국민을 유혹한다. 만선의 기쁨을 실은 배가 귀환하면 포구는 거대한 꽃게 작업장이 된다. 신이 난 작업은 밤중까지 이어진다. 지속가능한 꽃게잡이를 위해 산란기를 피해 4~6월과 9~11월에만 조업한다. 가을 조업 초반엔 수게가 맛있고, 암게는 살이 제대로 찬 10월 중순 이후에 먹는 게 좋다.

여객선이나 고깃배가 드나드는 당섬은 연륙교로 대연평도와 이어진다. 주변엔 꼬챙이를 바다에 꽃아 물고기를 잡는 어살이 은빛 바다위에 함께 빛난다. 어부가 그물을 건사하는 사이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던 갈매기들이 모여드는데, 갈매기 먹거리도 던져주는 어부의 인심이 정겹다.

지금은 꽃게로 더 유명하지만, 1960년대 말까지 연평도는 조기 파시가 성했다. 조선 시대 임경업 장군이 주둔하던 때, 당섬과 모이도 사이에 물고기가 많이 오가는 것을 발견하고 가시나무를 꽂아두자, 조기가 걸렸다는 이야기는 어살 조업의 교과서가 됐다.

▶병풍바위 “대박”, 몽돌해변의 재잘거림=서쪽 해안의 조기역사관은 연평 수산 문화인류학을 흡입하는 재미도 있지만, 연평도 절경의 중심지라 환성과 “대박” 소리 요란하다. 절벽과 파도가 밀당하다 들쑥 날쑥 형성된 병풍바위는 연평도 해안 풍경의 절정이다. 파도는 튀어나온 절벽을 피해 절벽과 절벽 사이 작은 백사장으로 들이친다. 지질학적으론 다르지만 북유럽의 피요르드를 연상케 한다.

조기역사관 전망대에선 가래칠기해변과 구리동해변은 물론, 멀리 북녘땅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역사관 남쪽 빠삐용 절벽은 영화 ‘빠삐용’에서 자유를 염원하며 뛰어내린 그곳을 빼닮았다. 가래칠기해변에선 주먹만 한 자갈이 빼곡하게 깔린 해변에 파도가 부딪히며 나는 ‘차르륵~’ 재잘거림이 감성을 자극한다.

‘밥도둑’ 잡으러 마을로 들어서면 어민의 애환이 담긴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여행자가 그림을 향해 모종의 포즈를 취하면 또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트릭아트’이다. 독특한 이들 벽화에서 꽃게잡이 분주한 손놀림 뒤에 감춰진 그들의 예능감을 본다. 한국관광공사는 천고마비의 계절, 풍요로운 결실에 배 두둑해지는 연평도 등 6곳을 10월에 가볼만한 여행지로 선정했다.

▶동쪽에선 연어의 귀향행렬=연평도 주민들이 희망찬 꽃게 찬송을 할 때, 강원도 양양 사람들은 푸른 물살을 거슬러 돌아오는 연어 환영가를 부른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세찬 물살을 거슬러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회귀본능은 어떤 그리움보다 뜨겁다. 남대천 갈대숲이 은빛으로 출렁이고 어머니의 강으로 돌아온 연어가 산란을 시작하면, 남대천 일대는 단풍과 양양연어축제(2018년 10월 18~21일)로 붉게 달아오른다.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은 선사시대로 떠나는 타임머신이다. 70만 년 전 도화리 구석기시대 유적부터 신석기, 철기시대까지 양양의 시대별 유적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정 자연과 레포츠를 만끽하는 송이밸리자연휴양림에서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노레일을 타고, 서핑의 성지로 떠오른 죽도해수욕장으로 달리면 양양의 토속 음식인 뚜거리탕과 은어튀김이 헛헛한 속을 든든하게 달래준다.

충복보은 사과 수확 체험.
충북 보은의 대추와 사과는 유난히도 달아 임금님께 진상했다. 이 귀한 대추와 사과를 맛보기 위해 이맘때 전국에서 여행자가 몰려든다. 보은은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서 대추축제를 연다. 직접 대추를 따보는 것은 ‘결실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킨다. 사과나무체험학교에 미리 신청하면 빨간 사과를 직접 따는 즐거움도 누린다. 보은에는 대추와 사과 외에도 신라 시대 산성인 삼년산성과 소나무 향기 가득한 솔향공원, 한옥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우당고택이 있다. 지혜가 살아있는 보은군농경문화관, 천재 시인 오장환을 기리는 오장환문학관이 마음의 양식까지 채워준다.

▶호박마차 부럽잖은 코스모스 레일바이크=지리산 둘레길 중 남원의 인월-금계 구간(20.5㎞)은 보석처럼 빛나는 비경을 품었다. 골드바를 쌓아놓은 듯, 다랭이논에서 황금빛으로 춤추는 벼, 저녁노을보다 붉게 익은 고추,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 뜯는 소가 빚어낸 지리산 농ㆍ산촌 3원색 속에, 촌로의 느린 걸음이 화룡점정으로 찍힌 풍경이다. 인월-금계 구간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단일 사찰 중 가장 많은 보물을 간직한 실상사, ‘지리산 속 석굴암’ 서암정사가 있다. 인월전통시장 구경은 덤이다. 갖은 산물이 있고, 절경이 있는 이곳은 지리산 가을 매력 백화점이다.

전북 남원 상황마을 다랑이논 황금물결.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하동의 황금빛 들판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소성에 오르면 평사리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자락 형제봉과 구재봉이 들판을 품고, 섬진강이 재잘재잘 흘러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고소성에서 내려와 평사리들판을 뚜벅뚜벅 걷다 보면 부부송을 만난다.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소나무 두 그루는 악양면의 상징이자 수호신이다.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는 매암차문화박물관, 벽화가 재미있는 하덕마을 골목길갤러리 ‘섬등’은 근엄한 최참판 고을 답지 않은 반전매력이다. 코스모스 사이를 달리는 하동레일바이크를 타면 호박마차 신데렐라가 부럽지 않다.

경기도 여주 고구마는 캐낸 뒤 시간이 지날수록 달고 고소해, 신비롭고 놀랍다. 예전에 밤고구마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일명 ‘꿀고구마’라 하는 베니하루카 품종을 많이 재배한다. 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에선 고구마 캐기, 묵-떡케이크 만들기를 하고 수확한 고구마 2㎏을 가져갈 수 있다. 여주 여행은 세종대왕릉 영릉(英陵)과 효종대왕릉 영릉(寧陵) 간 연결되는 ‘왕의 숲길’을 거닐어야 완성된다. 한글창제와 대동법 시행으로 백성을 어여삐 여긴 성군들이다. 여주시립폰박물관에서 첨단과 놀고, 금은모래강변공원에서 원시를 즐긴다.

함영훈 선임기자ㆍ김숙현 여행작가/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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