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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파장…재계 계열사 매각 러시

- SK그룹 LG그룹 공정거래법 개편안 이후 계열사 지분 매각 단행
- 재계 일감몰아주기 과도한 규제 지주사 제도 본질과 상충 비판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공정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골자로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재계 전반에 계열사 매각과 개편이 잇따르고 있다. LG그룹과 SK그룹 등에서 선제적으로 총수 보유 지분이 높은 자회사의 지분 매각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인 정부는 내부 거래로 인한 부당한 부의 증식을 억제하는 긍정적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과도한 내부거래 규제는 정부가 그동안 정책적으로 유도해 온 지주회사 제도의 본질과 상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급기야 재계는 ‘일감 몰아주기’ 간접 규제 대상에서 ‘지주회사’를 제외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편안 공개 이후 SK그룹의 계열사 보유 지분 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최근 부동산 개발회사인 SK디앤디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 최 부회장이 지배하는 SK가스 또한 SK디앤디 지분 3.5%를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 최 부회장은 SK디앤디 지분을 처분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공정거래법 개편안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현행 총수 일가 보유 지분율 30%(비상장사 20%) 이상 기업에서 상장 비상장 구분 없이 20% 이상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 넘는 회사가 보유한 지분율 50% 이상의 자회사까지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SK그룹은 이어 계열사인 SK해운의 지분 상당 부분을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SK해운이 차입 부담과 업황 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매각을 결정했다. 아울러 SK그룹 해운 계열사인 SK해운은 지주사인 SK㈜가 지분 57%를 가진 비상장사로, 이번 매각에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사전에 해소하려는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SK그룹과 함께 LG그룹도 서브원의 소모성자재(MRO)사업부를 분할매각하며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서브원은 최근 “사업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 및 대기업의 사업 운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MRO 사업의 분할 및 외부 지분 유치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브원은 지주사 ㈜LG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다. 서브원은 “거래 기업의 구매 투명성을 높이고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는 MRO 사업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성장에 제약이 있고 임직원 사기 위축 등 어려움이 있었다”고 사업 분할 배경을 설명했다.

보유 지분의 외부 매각과 함께 그룹 지주사 및 주력사에 총수 일가의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 8월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코오롱베니트 지분 전량(49%)을 코오롱에 현물 출자했다. 이에코오롱은 이 회장에게 신주 56만여 주를 발행했다. 이 회장은 지분 매각으로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LS그룹 또한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가온전선 지분(37.62%)을 LS전선에 매각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 개편의 파장이 재계 전반에 계열사 매각 및 개편으로 잇따르는 데 대해 재계에서는 법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규제가 지주회사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지난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상의는 “‘규제 사각지대’의 내부거래 규율이라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본질적으로 다른 회사 지배가 주된 사업인 지주회사는 자회사 보유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 지주사 제도와 상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지주사의 평균 자회사 지분율은 74.3%(상장 40.4%, 비상장 84.2%)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50% 초과)보다 훨씬 높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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