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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주요국 고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한국 ‘나홀로’ 실업대란 심화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세계 주요국들의 고용사정이 최근 3~4년 사이에 뚜렷하게 개선되면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한국은 고용사정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나홀로’ 실업대란을 겪고 있다. 왜 그런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대로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에 정책적 요인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이를 개선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고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의 통계청 자료를 보면 OECD 회원국들의 올 7월 현재 실업률은 평균 5.3%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5.6%) 및 위기의 충격이 고용시장에 몰아치기 이전인 2008년(5.9%)보다 낮아 사실상 위기에서 벗어났다.

OECD 회원국들의 실업률은 금융위기의 파장이 확대되며 2009년 8.09%, 2010년에는 8.3%까지 치솟았다. 이후 2013년까지 7.9% 안팎을 유지하는 등 5~6년 실업대란을 겼었으나, 2014년 7.4%, 2015년 6.8%, 2016년엔 6.3%, 지난해 5.8%로 빠르게 하락했다.

특히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10년 동안 매우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4.6%에 머물던 실업률은 2008년 5.8%, 2009년엔 9.3%, 2010년엔 9.6%로 치솟으며, 불과 3년만에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후 2011년 9.0%, 2012년 8.1%, 2013년 7.4%로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실업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경기가 완만히 개선되면서 2014년 6.2%, 2015년 5.3%, 2016년 4.9%, 지난해엔 4.4%로 떨어졌고, 올 4월엔 3.9%로 4%대를 밑돌고 있다. 위기 이전보다 더 개선된 것이다.

올 7월 현재 주요국 실업률을 보면 일본이 2.5%, 독일이 3.4%로 거의 완전고용 상태를 보이고 있다. 선진 7개국(G7) 실업률은 2015년 5.8%에서 올 7월엔 4.6%로 낮아졌고, 홍역을 겪었던 유로지역 실업률도 같은 기간 10.9%에서 8.2%로 크게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의 실업률은 올 7월 9.2%로 2015년 10.3%보다는 낮아졌으나 위기 이전의 7.1% 수준보다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탈리아도 올 7월 실업률이 11.00%로 2014년 12.7%보다는 낮아졌으나, 위기 이전 6.1%보다는 높은 상태다.

한국의 계절조정 실업률은 올 8월 4.2로, 같은 달을 기준으로 외환위기 후유증을 겪었던 2000년 8월(4.0%) 이후 18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실업률은 2007년과 2008년 3.2%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에는 3.7%로 다소 높아졌지만 상대적으로 크게 오르진 않았고, 2013년에는 3.1%로 낮아졌다. 그러다 고용사정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며 실업률이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고용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 개선이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자본집약적 수출 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의 고용창출은 매우 미약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자동차ㆍ조선 등 주력 제조업은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으로 줄이고 있다. 수출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에서 주력산업의 고용창출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중소기업 등 산업의 저변이 견실한 독일ㆍ일본이나, 풍부한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의 고용사정이 최근의 경기 개선 흐름을 타고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상 이런 흐름이 단절돼 있다.

이 같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요인에다 민간소비 등 내수 경기도 부진을 면치 못해 이것도 일자리 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큰 도소매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 업종과 건설업종도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자영업과 소상공인들도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고용의 질 측면에서 임금 조건 등이 열악한 임시직과 시간제 등 ‘나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전체 실업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되면서 한국의 일자리 사정은 세계경제 흐름과 달리 악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노동시장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최저임금이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대기업의 이익이 근로자와 하청 중소기업 등 관계 기업에 적절히 분배돼, 이것이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내수가 든든해져야 선순환과 고용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 한국 고용시장은 이런 대전환의 길목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심각한 이중구조를 탈피해 한국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질 때 고용시장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경제 체질개선이 어려운 만큼 당장 고용시장 개선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고용시장의 봄은 아직 먼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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