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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느리들 명절음식 각자 준비”…허리 편 맏며느리
차례음식부터 식구들 먹을 음식
각각 준비, 나눠먹는 ‘포트럭’늘어
명절 스트레스 감소 효과 56%


#1. 큰 며느리인 한모(55) 씨는 몇 년 전부터 모든 제사와 차례를 책임지고 있지만 요즘은 처음보다 한결 수월해졌다. 모두 한 집에 모여 차례 음식을 만들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음식을 각자 준비해서 명절 당일 모이기 때문. 한 씨는 차례상에 올릴 전과 과일을, 동서들은 각각 비빔밥 나물과 갈비찜을 준비한다. 각자 메뉴를 정해서 만들어오는 만큼 일도 줄었다는 것이 한 씨의 설명이다. 한 씨는 “평소 같으면 시어머니와 여조카들까지 모두 모여 부엌에서 하루종일 일을 했는데 요즘엔 혼자 반나절만 고생하면 끝난다”며 “식구들이 다 모여 있으면 밥 시간 때마다 식사도 준비해야 해서 쉴 틈이 없었는데 이젠 여유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2. 직장인 이모(29) 씨의 가정도 종교적인 이유로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그래도 명절 당일이면 가족들이 큰집에 모여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큰 집이 상을 모두 차리지 않고 집집마다 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눠 먹는 이른바 ‘포트럭(Potluck) 형태로 식사하는 것이다. 추석 땐 전, 잡채, 갈비찜이 주를 이룬다면 설엔 떡국을, 추석엔 송편을 더해서 식사한다. 일부 음식은 완제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씨는 “차례를 지내진 않지만 명절을 가족들이 함께 모여 밥 먹는 시간으로 삼는다”며 “대신 어머님들의 가사일 부담이 크지 않도록 딱 한 끼만 각자 준비해와서 먹고 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 대부분 다 요리가 됐거나 끓이기만 하면 돼서 식사 준비 시간이 길지 않은데다 남자들도 부엌일을 도와 ‘명절 만찬’은 간단히 준비된다”고 설명했다.

명절 음식을 한 곳에서 모두가 함께 준비하던 과거와 달리 품앗이하듯 음식을 각자 챙겨와 나누는 가정이 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명절 풍경이 바뀌는 모습이다.

‘포트럭’ 형태가 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명절 증후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과거와 달리 차례상이 크게 간소화된데다 일부 가정에선 완제품이나 간편식으로 차리는 등 전통보단 실용성을 추구하는 가정이 늘었기 때문이다. 차례상을 직접 준비하더라도 최소의 시간을 들여 음식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이런 노력 덕분에 과거에 비해 명절증후군을 겪는 가정이 줄고 있는 추세다.

모바일커머스 티몬이 추석을 앞두고 3040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절증후군을 겪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56.2%로 집계됐다.

여성 응답자 가운데 명절증후군이 없다고 답한 비중이 44.8%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높았다. 직업별로도 전업주부의 42%가 없다고 응답해 3040세대 중심으로 점차 명절증후군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성의 경우 명절증후군을 겪었다고 답한 사람은 32.4%에 불과했다.

명절의 개념이 조상을 섬기는 시간이 아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업주부 손모(45) 씨는 “결혼 초창기엔 힘들게 제사상 차리느라 명절이 두려웠는데 이젠 많이 간소화되고 집 별로 음식을 준비해와서 편해졌다”며 “조상에 대한 예의는 잊지 않되 무엇보다 함께 사는 가족들과 즐겁고 편안한 연휴를 보내는 것이 가장 최고의 명절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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