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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집회는 안된다더니…靑 ‘재향군인회’ 동원?
남북회담 환송행사 동원 의혹
대통령 명의 격려금 정황도


올해 남북 정상회담 때마다 서울 도심에서 대대적인 환송 행사를 펼친 재향군인회(이하 향군)을 놓고 청와대가 사전에 참여를 요청하는 등 사실상 향군 회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향군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일정에 맞춰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날 참가한 향군 인원은 500명에 달했다. 지난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때에도 향군 회원 6000여명은 판문점으로 떠나는 문 대통령을 환송했다. 향군과 청와대 측은 전례 없는 환송 행사가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양측이 의도를 갖고 사전에 행사를 모의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21일 복수의 향군ㆍ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환송 행사 전후 정황들은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했다. 비밀로 부쳐졌던 대통령의 동선이 사전에 향군 회원들에게 배포됐고, 환송 이후에는 청와대와 향군 관계자들이 만나는 자리까지 마련됐다. 특히 대통령 명의의 포상금이 향군 측에 전해진 정황도 포착됐다.

향군본부는 지난 4월 15일에도 각 지회에 참가 독려 공문을 발송했다. ‘남북정상회담성공기원 한마음대회 세부계획’이라는 제목의 공문에는 향군 회원들의 배치도와 5460명의 회원 배치 계획이 포함됐다.

그런데 방북 직전인 지난 4월 25일, 향군 지도부는 새로운 배치도를 내놨다. 동원인원은 같지만, 배치 장소는 기존 사직터널 주변에서 광화문 인근으로 변경됐다.

방북 직전 대통령의 이동경로가 사전에 향군 측에 공개된 셈이다. 방북 당일인 지난 4월 27일 문 대통령은 이동 도중 광화문 앞에서 직접 향군 부회장단과 악수를 나눴다. 이 모습은 방송을 타고 전국에 생중계됐다. 그러나 향군 내부에서조차 이를 두고 극비의 대통령 이동 경로를 사전에 알고 배치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향군 측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향군 관계자는 “사전에 배치도를 청와대로부터 받은 것은 아니었다”면서 “대통령의 동선을 예상하다보니 광화문에 인원을 배치하는 게 나을 것이란 의견이 나와 변경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또 향군이 광화문에 나온 것은 향군의 자발적인 참여였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 쪽(향군)에서 나온다고 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헤럴드경제가 만난 보수단체들의 의견은 달랐다. 이들은 이날 특정 단체들을 향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이날 자유총연맹 회원 100명이 돌아오는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갑자기 나왔는데, 향군 집회와 같은 맥락이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 이후에도 향군과 청와대는 꾸준히 교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회담 이후에는 청와대 인사들과 향군 회장단 사이의 만남이 이뤄졌다. 청와대 인근 한정식집에서 이뤄진 만남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한 비서관을 포함한 비서관 2명과 행정관들이 참석했고, 향군에서는 부회장단 인사들이 모인 사실이 확인됐다. 청와대는 부회장단에게 식사를 제공했고, 향군 인사들은 미리 준비한 떡을 들고 나와 화답했다.

지난해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향군 측 인사는 “청와대 측은 향군이 가져온 떡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고, 방북 당시 현장에 나온 데 대한 감사인사를 했다”면서 “청와대는 이날 부회장단에게 시계까지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향군과의 만남은 인정했지만, 시계와 관련해서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날 한정식 식당에서 1인당 3만원도 되지 않는 밥을 청와대 법인카드로 먹었는데, 정말 대가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냐”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지난 6월 향군에 감사의 의미로 금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진호 회장은 지난 6월 8일 내부 회원들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하사한 격려금을 각 지회에 나눠주기로 했다”며 “향군은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대국민 안보활동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우ㆍ유오상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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