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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용시즌 ‘자소서 대필’ 시장 커졌다…‘블라인드 채용의 그늘’

-아르바이트 경험 1개로 마케팅 준전문가처럼 포장해
-블라인드 채용 후 유혹 더 커져…대필 전문업체 성행
-“취업된다면 수십만원 쯤이야”…취준생 40% ‘대필 긍정적’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민철(가명ㆍ28) 씨는 원하는 기업의 서류 전형부터 계속 탈락하자 최근 자기소개서 대필 작가를 찾았다. 비용은 약 20만원.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한번 잘 써놓은 자소서는 다른 회사에도 재가공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했다.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밖에 없던 그는 자소서 대필 결과 그는 ‘사교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창의적인 인재’로 변신했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긴 했지만 취업이 너무 절박했다”고 털어놨다.

본격적인 하반기 채용시즌이 열린 가운데 자소서를 대신 써주는 대필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학점, 학교, 영어점수, 자격증 등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이후 자소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자소서 대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인터넷에서 자소서 대필을 검색하면 자소서 대필을 문의하는 글과 홍보하는 글이 셀 수 없이 쏟아진다. 자소서 대필 전문 업체도 수십 개가 있다. 이들에게 자소서를 보내거나 자신의 스펙, 경험 등을 나열해서 보내면 빠르면 4~5시간 보통은 수일 안에 자소서가 완성된다. 비용은 글자수에 따라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올라간다. 자소서 대필 시장이 커지면서 자소서 대필뿐만 아니라 면접을 위한 컨설턴트까지 해주는 곳도 생겼다. 면접에 올라가서 자소서를 대필한 게 티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점을 1:1로 코칭 해주는 것이다. 


자소서 대필 시장은 입소문을 타고 더욱 커지고 있다. 취업준비생 이모(30) 씨는 먼저 취업한 후배의 자소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케팅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후배의 자소서는 마케팅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일관성 있었고 재미까지 있었다. 비법은 수십만원짜리 대필이었다. 이 씨는 “당시 티는 못 냈지만 억울하고 화도 났다. 그러다가 나중엔 자소서 대필을 받지 않은 내가 한심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블라인드 채용 이후 자소서 대필을 하려는 유혹에 더욱 빠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 김모(26) 씨는 “대학생 삶이 다 거기서 거기인데 자소서에 따라서 누군가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누군가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막막한 마음에 취준생끼리 자소서 첨삭해주는 경우도 많은데 차라리 전문가에게 맡겨서 한번에 통과하는 게 더 효율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자소서 대필업체의 한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때문에 자소서 첨삭하려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다”면서 “최대한 대필 티 안 나게, 개인의 성격이나 개성이 묻어나게 써주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자소서 대필에 대해 실제 취업준비생들은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16년 1235명을 대상으로 자소서 대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자소서 대필에 대해서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취준생의 25.2%는 ‘기회와 비용이 있다면 대필해도 무방’이라고, 15.8%는 ‘자소서 작성 능력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대필해도 좋다’라고 답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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