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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나도 외친다 “Straw Out, Plastic Out”
#1. 아주 캄캄한 세상. 수심 3700m가 넘는 해저에 이르러 불빛을 밝히자 여기저기 알루미늄캔이 박혀있다. 수심 5000m에도 햄 깡통이 나뒹근다. 한쪽에는 플라스틱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다.

#2. 거북이 헤엄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 정상이 아닌 듯 하다. 자세히 보니 비닐봉지가 목에 걸려 있다. 아니, 걸린 게 아니라 박혀 있다. 비닐을 해파리로 착각해 삼켰는데, 그게 목에 걸렸나보다. 긴 비닐봉지가 기도를 막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3. 또 고통스런 거북. 바다거북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있다. 어떤 연유로 박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대 모서리만 겨우 보인다. 아주 깊숙이 박혔다. 구조대원들이 니퍼를 이용해 빼내려고 하지만 잘 안빠진다. 거북은 고통이 극에 달한듯 괴로워한다. 간신히 빨대를 제거했지만, 거북 코에선 피가 철철 쏟아지고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흐른다.

유튜브 등 동영상에 담긴 처참한 바닷속 풍경이다. 일말의 측은지심을 갖고 있다면 충격을 받기에 충분한 영상이다. 지구환경 파괴에 대한 경종을 울려준다. 물론 뼛속 깊이 반성해야 할 이는 인간이다.

지난 여름 너무도 더웠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우리나라를 강타했고, 모두들 ‘힘겨운 여름’을 보냈다. 간사한 것이 인간 마음이라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기에 지난 여름의 폭염을 싹 잊은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내년에도 더 더워질 것이라는 걱정을 안고 있다. 그만큼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는 우리 속 깊숙이 저장됐다.

지난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의 원인은 이상기후에 따른 것이고, 그 본질은 ‘병든 지구’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숲은 갈수록 사라지고, 땅은 척박해지고, 바닷물은 병들어만 간다. 인간이 잘 먹고 살자고 지구를 온통 헤집어 놓으니 지구는 숨을 쉴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른 지구는 그래서 ‘인간에 대한 역습’을 단행했나보다. 지난 여름의 폭염은 지구가 행할 ‘인간에 대한 복수’의 신호탄이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유통가에서 불고 있는 친환경 바람, 즉 빨대와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Straw Out, Plastic Out)을 향한 실천적 움직임은 지구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유명 커피점들은 빨대 퇴출을 위해 종이 빨대를 속속 매장에 도입했거나 도입하고 있고, 유명 빵집들은 비닐쇼핑백 사용을 90% 이상 줄이기 운동에 돌입했다. 매출 면에서는 빨대나 비닐이 더욱 효율적이겠지만, 지구환경을 위해서 약간의 손해는 감수하겠다는 뜻이 가상하다. 하긴 인간이 망친 지구를 살리는 게 중요하지, 그깟 돈 몇푼 손해가 뭐 그리 중요할까.

유통가 현장에서의 고객들 역시 지구 살리기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플라스틱 빨대를 고집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쓰는데 5분, 썩는데 수백년’인 플라스틱 퇴출론에 공감하고 있다. 기업과 고객이 한데 마음을 뭉치면 지구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근데 개인적으로 고민이 하나 생겼다. 아파트가 하도 낡아 몇년째 겨울이면 비닐을 씌워 창문 밖을 꽁꽁 막아왔다.올해 유난히 더 추울 것 같은데, 비닐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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