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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규제 외딴섬’ 한국, 탈출 골든타임 얼마 안남았다
꽉 막힌 국회를 바라보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 회장은 지난 6일 20대 국회에서만 10번째 국회를 방문해 규제개혁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 미래가 ‘저당’ 잡혔다. 굴뚝산업식 규제에 4차 산업혁명이 발목 잡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투자개방형 의료서비스, 빅데이터, 드론, 자율주행차 산업 등이 미국과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낡은 규제와 단기이익 프레임에 갇혀 ‘갈라파고스(자신들만의 표준을 고집해 세계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 형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언급한 것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대 국회에서만 10번이나 국회를 방문해 규제완화를 호소한 것도 이같은 규제 철옹성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초 “증기자동차가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영국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고 붉은 깃발법을 만들었다”며 “제도는 신산업을 키울 수도, 사장시켜버릴 수도 있다. 제 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의 한 축인 ‘혁신성장’ 구호는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은행 등 은산분리 규제 완화 특례법 처리가 끝내 무산됐고, 38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공정거래법은 지주사 규제 등이 더욱 강화되며 재계는 낙담했다.

기업들이 나서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하라고 하지만, 규제는 더욱 옥죄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지주사 규제는 역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존의 지주사 부채비율 200% 초과 금지 등 각종 규제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결국 신사업 분야 인수합병(M&A) 등 성장동력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이용해야 하니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실기(失機) 우려도 크다.

참여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은 10년 넘게 규제의 벽에 가로막혔다. 외부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 최첨단 기술이 도입돼야 하는 원격진료ㆍ로봇 수술은 언감생심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핵심인 빅데이터, 클라우드 산업도 이중 삼중의 개인정보 규제로 한 발 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빅데이터 R&D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일본이 ‘익명가공정보’ 개념을 도입해 데이터 활용 방안을 촉진하는 글로벌 추세와는 너무도 동떨어졌다.

문제는 ‘중국제조 2025’를 기치로 기술굴기(起)를 내세운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왔는데도 관련기관과 국회가 ‘폭탄 돌리기’식으로 대응하며 규제개혁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LCD(액정표시장치), 드론(무인항공기), 블록체인 등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에 따라잡혔다. 반도체 정도만 간신히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위기감은 팽배하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최근 “낸드플래시의 중국 격차가 3년 정도”라고 말했고, 중국으로 기술 유출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기술격차를 3년으로 보고 있다.

3년 안에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과 신기술 육성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단기 표심이나 ‘의료 민영화’ 등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편향적 프레임에 갇힌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들여다 봐야 한다. 규제개혁을 지체할 시한은 이미 지났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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