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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디자인포럼2018] [마샤 손-박진희 대담] 건축가 역할에 대한 고민과 실험…“디자인으로 도시문제 해결 기여해야”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강연하고 있는 마샤 손 IE대학교 건축디자인 학장.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마샤 손 “급격화 도시화…더 많은 거주ㆍ지속가능성 위한 고민 필요”

-박진희 “최소한의 물질적 요소ㆍ최대한의 환경적 요소…거주밀도 높여 도시문제 해결”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전체적인 환경과 문맥을 생각하고, 디자인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마샤 손ㆍ66)

“유연한 공간을 구축하고, 그 안에 조명과 오디오 요소들을 통해 다양한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한 방에 있더라도, 벽 없이도 구분된 공간에서 다른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박진희ㆍ46)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강연하고 있는 박진희 SsD 대표 .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프리츠커상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마샤 손(66)과 ‘마이크로 어버니즘(Micro urbanism)’을 고민 중인 박진희(46)가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을 통해 마주 앉았다. ‘건축적 디자인: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누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대담에서 마샤 손은 건축가들이 지속 가능한 도시 문화를 만드는 데 더 많이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고, 박진희는 이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든 그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마샤 손은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IE대학교 건축디자인 학장을 맡고 있으며,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건축과 디자인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건축사사무소 SsD의 대표 박진희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로 건축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담에 앞서 먼저 연사로 나선 마샤 손은 건축가의 역할에 대한 그의 고민을 청중들과 나눴다. 그는 “건축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로, 우리 세계가 한발 더 나아가는 데 기여해 왔다”며 “그러나 현존 건축물의 대다수가 비(非)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건축가의 역할에 대한 오해를 갖게 하고, 반대로 건축가들에게는 본인의 역할에 혼란을 느끼게 함으로써 본업에 집중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샤 손은 건축가가 본인의 역할을 지각하는 데 있어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빼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에서의 경우 많은 건축가들이 더 빨리 디자인하고 설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이에 함몰되기보다는 어떻게 건물이 더 오래 견디면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세계화 역시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온난화를 비롯,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재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주체로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꾸준히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고민이 녹아든 전 세계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건축의 역할이 더 확장돼야 하고,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박진희 대표의 프로젝트는 마샤 손이 필요하다 주장한 건축가로서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든 것들이었다. 박 대표는 지난 2006년 초창기 뉴욕 첼시에 지었던 HBNY를 소개했다. HBNY는 여행을 즐기는 ‘노마드 라이프 스타일’의 세 가족을 위한 가변형 집이다. 박 대표는 “맨하탄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살지만, 건물 각각의 거주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며 “공유 가능한 공간을 디자인해 거주 밀도를 끌어올린다면, 사람들이 이용하는 건물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고 이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세대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의 수가 계속 변화하고 있는 현실도 그가 ‘공간의 유연성’을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현재 서울의 주거 문화는 아파트나 그보다 조금 낮은 다세대주택으로 이분화돼 있는데, 이는 계속되는 세대구성과 문화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최소한의 물질적 요소와 최대한의 환경적 요소를 섞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한 방에 있더라도, 다양한 환경적 요소로 구분된 각각의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최근 그는 ‘마이크로 어버니즘’이란 주제로 말레이사아의 1700유닛 하우징, 거제도의 마이크로 빌리지, 독일 카셀 하우스 등 다양한 스케일의 하우스를 실험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강연하고 있는 마샤 손과 박진희.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박 대표가 마샤 손에게 던진 질문은 프리츠커상 수상자 선정에 있어 어떤 추세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서였다. ‘건축 영웅’으로부터 환경과 사회를 걱정하는 건축가들로 수상자들의 특징이 변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실제로 이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샤 손은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이 최근들어 사회적 문제를 고려하는 작가들을 더 선호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은 기계의 한 부분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책임을 부인하기보다는, 다른 모든 것들을 고려한 통합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건축을 위해서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지적도 있지만, 나를 비롯한 교육자들은 지속가능한 건물을 짓는 데 왜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샤 손은 박 대표에게 최근 수년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공유경제와 관련,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우리 모두가 공유경제라는 환경에 점점 더 적응해가고 있다”며 “건축가들은 공유된 공간이 보다 편하게 이용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거주자들의 행동에 공간이 적응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마샤 손도 “‘스마트 시티’라는 개념이 수년 전부터 사용됐는데, 이는 이미 낡은 용어가 됐다. 지금은 ‘센서블(sensibleㆍ의식 있는) 시티’나 ‘회복가능한 시티’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한편 이날 두 사람의 대담을 경청하던 청중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 중 홍정욱 헤럴드 회장은 “한국은 아직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는데, 한국 학생들이 건축을 공부하는 데 있어 다른 나라와 다른 부분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마샤 손은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국가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다만 작품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인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문맥적 이해가 아직 충분치 않다. 훌륭한 작가들은 더 많이 알게 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잠재력이 충분한 한국에서도 곧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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