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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아지는 무형자산 비중고민 깊어지는 금투업계
IP 등 회계 반영땐 20% 육박
자금조달·가치평가 논의 대두


무형자산 회계 처리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4일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신생기업 수가 점차 늘어나는 시대가 됐다”며 “이러한 신생기업들은 ‘무형자산’의 독특한 성격으로 인해 자금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기념 행사에서 “국내 기업들 장부에서는 전체 자산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오지만, 이는 현행 회계처리 기준상 지식재산권(IP)ㆍ브랜드 가치ㆍ인적자본(교육훈련과 재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 주장에 따르면 해당 요소들이 회계처리에 반영될 경우, 국내 외감대상 기업의 무형자산 비중은 2~3%가 아닌 20% 수준으로 증가한다. 특히 2010년 이후 신생기업일수록 무형자산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문제는 무형자산이 유형자산처럼 처분될 수 있는 실체가 아니다보니, 담보 설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담보로 잡히지 않으니 이를 바탕으로 한 담보대출ㆍ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측면에서 신생기업은 기존 기업들보다 크게 불리하다. 박 연구위원은 “신생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경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생기업들이 대거 몰린 바이오제약 분야에선 연구개발비를 두고 “무형자산화할 것이냐, 당기 비용 처리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들끓고 있다. 당기비용 처리를 하면 짧은 기간안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기업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자산화하길 원한다. 그러나 자산화는 ‘이 자산을 통한 판매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당국에선 바이오제약기업들이 판매 가능성이 낮은 연구개발(임상단계)부터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지난 11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5개 대형 바이오제약 기업이 개발비를 모두 비용으로 인식했을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기존보다 24% 감소하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무형자산 ‘가치 평가’와 관련된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 12일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무형자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가치평가가 어렵다”며 “이 어려움 때문에 청산가치(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를 기준으로 주가 수준을 바라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지표에 대한 해석도 달라질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형자산 평가와 관련해 ‘재무제표의 주석 기재’와 ‘손상차손 평가(자산의 가치가 장부가보다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가치평가)’가 앞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주석’은 ‘수치로 담지 못하는 무형자산’을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손상차손’은 해당 무형자산의 미래 수익성(현금유입)에 대한 ‘가정’을 바탕으로 평가되는데, 이 가정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다를 수 있어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회사로 전환할 당시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도 미래 수익성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된 바 있다.

조성표 한국회계학회 회장은 “‘무형자산 자산 인식단계ㆍ손상차손 평가에 대한 신중함’과 ‘주석의 확대’가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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