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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실패로 끝난 8·2 부동산 대책…문제는 해법
고용과 성장, 투자, 소비가 침체의 늪에 빠졌는데, 유독 서울의 부동산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하루 새 호가가 1억~2억 원씩 뛰고 1년 새 집값이 20% 넘게 오른 아파트가 부지기수다. 실제로 지난해 7월 21억5000만원에 실거래 된 서울 서초구의 전용면적 84㎡짜리 한 아파트는 불과 10개월만인 올 5월 시세가 27억 원으로 뛰었다 한다. 이로써 집값을 잡아 서민의 근심을 덜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1년 전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될 위기에 처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근황이 궁금하다. 김 장관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내년(2018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강남의 다주택 보유자는 본인이 사는 집 말고 파시라”고 당부했었다. 자신을 믿고 서둘러 강남 집을 팔았던 사람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걸 안다면 밤잠을 설치고 있지 않을까?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 잡기에 전력을 쏟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를 방치하면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극화는 독(毒)이다. 불로소득원을 키우는 사회는 병패가 뒤따른다. 주거비 등을 낮춰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걸 목표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집값 상승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 가수요를 막고자 하는 모든 정책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문제는 해법이다. 지난해 내놨던 8·2 대책은 실패로 귀결됐다. 세제와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재건축 수요를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투기수요를 잠재울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 정책 발표 시점에 참여정부 시절 내놨던 규제만큼 강력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던 터라 이미 실패가 예견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부동산으로는 더 이상 돈 벌이를 할 수 없다’는 보다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지 못했다는 거다. 이를 테면 서울 도심과 인접성이 좋은 곳에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지어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빠진 거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은 역대 어느 정부도 실천하지 못했다. 구두선에 그쳤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내놨던 공급 계획을 백지화했다. 대신 ‘로또 당첨’으로 비유될 만치 아주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간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을 뿐이다.

지금의 서울 집값 상승은 불경기 때 과잉유동성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란 점에서 문제가 더 크다. 시중 부동자금이 올 6월 말 기준 1117조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6개월 만에 45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단기 자금화할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시중에 많이 풀렸다는 얘기다. 지난 7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임대주택 ‘나인원 한남’ 임차인 모집에 몰린 자금이 단적인 예다. 임차인 모집 신청 당일에만 1800명이 신청서를 냈다고 한다. 341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가장 낮은 임대보증금이 33억원, 가장 비싼 임대보증금이 48억원이었다. 신청자 기준으로 무려 7조원의 돈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예단할 순 없지만 거품을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미국의 찰스 P. 킨들버거는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란 저서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에 존재했던 거품이경제에 어떤 위기를 불렀는지 파헤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품과 금융위기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과잉유동성을 생산적인 투자로 돌릴 수 없다면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9·13 부동산 대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추가 대책을 내놓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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