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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2015년 메르스 환자 중 설사 절반”…보건당국 이를 간과했다
국내에서 3년만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최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검역관들이 두바이발 여객기로 입국한 한 외국인의 체온이 높게 측정되자 문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질본, 3년전 ‘메르스 사태’ 때 연구용역 의뢰
-보고서 “환자 중 51.6% 설사…증상 중 5번째”
-“사우디보다 사례 많아”…“활용 아쉬움” 지적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3년 전 국내를 강타했던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보건당국은 향후 사태 재발에 대비하기 위해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환자들의 임상 사례 분석을 외부에 의뢰했다. 제출받은 용역 결과 보고서에는 국내 환자 중 절반 가량이 설사 증상을 보였다고 적시돼 있었다.

메르스 확진 환자 이모(61) 씨도 지난 7일 입국 당시 발열ㆍ호흡기 증상은 없었지만 설사가 심했다. 하지만 이 씨는 공항에서 검역을 통과한 뒤 이동했던 병원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로 신고됐다. 이에 보건당국이 3년전에 연구용역 의뢰를 했던 보고서 결과 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설사 증상을 간과하지 않았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질본은 ‘메르스 사태’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6월 아주대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최영화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에 ‘메르스 환자 임상증례 분석’ 정책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같은 해 11월 제출받은 정책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국내 메르스 환자 184명 중 51.6%(95명)에게 설사 증상이 나타났다. 설사는 ▷발열(95.2%) ▷기침(77.2%) ▷가래(65.8%) ▷근육통(60.3%)에 이어 다섯번째로 많은 환자가 보인 증상이었다. 주된 증상 중 하나인 호흡곤란(46.2%)보다도 빈도가 높았다. 설사와 같은 위장관 증상인 오심 또는 구토가 나타난 환자도 41.3%나 됐다.

‘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에서는 확진 환자 186명ㆍ사망자 38명이 발생했다. 환자 186명의 치료를 담당했던 병원 36곳 중 1곳을 제외한 35곳의 전문가들이 해당 연구에 참여했다. 발열을 제외한 나머지 증상에서 환자 186명의 사례가 분석됐다.

보고서는 “설사, 오심, 구토 같은 위장관 증상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증례에 비해 다수 발견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사아드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 70명 중 설사 증상이 나타난 환자는 30%(21명)에 불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른 병원 3곳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 중 설사가 나타난 환자 비율은 6~26%에 그쳤다.

때문에 보건당국이 보고서 등을 활용했다면 이 씨에 대해 보다 꼼꼼한 검역을 할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KMI) 감염내과 전문의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호흡기는 물론 위장관까지 침입해 설사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며 “검역관이 보다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늘려 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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