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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D-열흘 ①] 재래시장 상인들 “한가위만 같아라? 솔직히 큰 기대 안해요”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재래시장은 아직까지 명절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진은 일산의 한산한 재래시장 모습.

-폭염에 연일 가격 들썩…손님들 발길 줄어
-이젠 추석 연휴도 대목으로 생각하지 않아
-소비자들 ‘곧 가격 내릴까’ 제수준비 미뤄
-전통시장 특유의 명절 분위기 찾기 어려워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햇사과 1개 4000원, 작은 햇배 1개 2000원, 햇배 3개 한바구니 5000원.’

일산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40대 주부 한성숙 씨는 과일을 구입하려다 가격에 놀라 이내 발걸음을 돌린다. 조금 더 싼 값에 사려고 재래시장을 찾았지만 너무 오른 가격탓에 과일 구매를 포기했다. 이렇게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한둘이 아니다. 뛰는 과일값에 손님은 물론 상인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다.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유통채널은 추석 손님맞이가 한창인 반면 재래시장은 아직까지 명절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12일 오후 일산의 한 재래시장을 찾았지만 비교적 한산했다. 일부 점포들은 아직 문도 열지도 않았고 몇몇 식당과 생선가게 정도만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추석 때 주로 찾는 대표 과일인 사과와 배를 취급하는 점포는 평소보다 찾는 사람이 적었다.

이곳 재래시장서 청과물 장사를 하는 터줏대감 김모(66) 씨는 “추석이라고해서 올해도 그다지 특별한게 없다”며 “올 여름은 날씨 때문에 낭패를 봤는데…, 솔직히 이번 추석도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시장 상인들 대부분 올 추석 연휴를 대목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드물었다. 추석은 고사하고 올 여름 폭염에 손님이 줄었고 날씨가 선선해지나 했더니 비가 내리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햇과일이 나왔지만 물량이 적어 가격이 싼편은 아니다”며 “결국 비싸니까 손님들도 망설이다가 가버리기 일쑤고…”라고 했다. 

가격이 내려가는 추석 전까지 제수준비를 미루는 등 소비자들이 눈치보기를 하고 있어 전통시장의 생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잠시 쉬고있는 상인.

폭염과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채소류 역시 상승 폭이 가팔라 주부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애호박, 고추, 대파 등 자주먹는 채소값은 일제히 올랐다. 주부들의 무거운 마음은 통계로도 확인됐다.

13일 aT유통정보부에 따르면 청양고추 10㎏ 상품은 12일 기준 6만6735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중순 2만9501원에 비해 가격이 126.2% 급등했다. 애호박(20개) 역시 같은기간 1만6023원에서 2만7395원으로 71.0% 올랐다. 청상추ㆍ대파 가격 역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달 전 만해도 청상추(4㎏ 기준)는 3만5000원대였으나 지난 12일 60% 넘게올라 5만6538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파도 같은기간 40%이상 올랐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청상추 가격이 7만5000원대까지 뛰었다.

장바구니를 들고 온 주부들은 가격만 힐끔 쳐다볼 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이날 시장을 찾은 60대 주부는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까지 비싼 줄 몰랐다”며 “요샌 시장에 3만~4만원 가지고 나와도 넉넉하게 물건을 사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추석 2~3일 전쯤이면 그래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까 싶어 (제수준비를) 뒤로 미뤘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소비자들이 가격 앞에서 눈치보기를 하고 있어 전통시장 특유의 생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시장 메인골목 중앙에서 생선 가판을 하는 상인은 호객행위까지 해가며 손님을 맞고 있었다. 가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생물고등어 4마리에 5000원, 생물갈치 3마리 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생선은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 손님이 가격흥정을 시도했지만 생선가게 주인은 “우리도 얼마 남지 않는다”며 “깎아주기 어렵다”고 했다. 손님은 아쉬움을 남기며 제값에 구입했다. 생선가게 주인은 “가격이 내려가도 손님이 없으니 장사가 힘들다”며 “주위에는 장사를 포기하는 상인도 몇몇 생겼다”고 했다. 이 주인은 “추석연휴 땐 쉴 계획이지만 그래도 통째로 쉬진 못하겠다”며 추석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보였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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