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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소한 아버지 위해 통장 빌려준 딸…法 “사기 피해 보상할 필요 없어“
[사진=123rf]
-딸 통장 이용해 사기…피해자들 “딸도 책임” 소송
-法 “통장 빌려줬어도 범행 몰랐으면 책임 없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출소한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통장을 빌려준 딸이 아버지가 다시 사기 범죄를 저지르며 함께 피해액을 배상해야할 위기에서 벗어났다. 1심 재판부는 통장을 빌려준 딸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딸의 항소로 재판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딸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피해자 A 씨는 지난 2014년 교도소에서 대기업 상무 출신이었다는 B 씨를 만났다.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왔지만, 투자에 능숙하다는 B 씨의 말에 동료 수감자들은 B 씨로부터 선물옵션 투자법을 배웠다.

A 씨 역시 “투자만 하면 원금의 100배는 금방 벌 수 있다”는 B 씨의 말에 속아 출소 후에도 B 씨를 찾아가 주식 투자법 등을 배웠다. B 씨는 출소 직후 “같은 수감자들끼리 돕자”며 투자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동료 수감자 7명이 B 씨에게 많게는 수 천만원씩 투자했다.

A 씨가 투자를 망설이자 B 씨는 오히려 문자로 “은행 마감시간이 1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 천재일우의 행운을 날리지 말라”며 독촉했고, 결국 A 씨는 B 씨가 말해준 계좌로 투자금 5000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일확천금을 벌게 해주겠다던 약속과 달리 선물옵션 투자는 매번 손실만 발생했고,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B 씨는 급기야 종적을 감췄다. 나중에서야 이들은 B 씨가 거액의 사기 혐의로 6년이나 교도소에 복역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A 씨는 자신이 돈을 보낸 계좌가 B 씨 딸의 명의라는 것을 확인했다. 피해자들은 잠적한 B 씨와 함께 딸도 책임이 있으니 함께 투자금을 갚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 씨가 사기 혐의로 복역했던 것을 알면서도 통장을 빌려줘 사기 범죄에 악용되게 했다는 것이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6년 피해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B 씨의 딸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판단에 억울함을 호소한 딸은 돈을 대신 갚을 수는 없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민사1합의부는 최근 원심 판결을 깨고 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딸은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줬을 뿐, 아버지가 통장을 이용해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는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B 씨의 사기행각과 딸의 행동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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