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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관계 동영상 화면, 폰으로 다시 찍어 배포…대법 “처벌 대상 아냐”
성관계 동영상을 카메라로 재촬영해 유포했어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20대 여성 내연남과의 동영상 재촬영해 처에게 보내
-대법원, “타인 신체 직접 촬영해야 성폭법 위반”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성관계 동영상을 카메라로 재촬영해 유포했어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화면을 찍은 것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성폭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25)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유흥주점 종업원으로 일하던 이 씨는 2015년 손님으로 찾아온 유부남인 피해자 최모(44) 씨를 만나 내연 관계로 지냈다. 하지만 최 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이 씨는 예전에 함께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컴퓨터 화면으로 재생하고, 이 영상을 휴대전화로 다시 촬영해 최 씨의 처에게 보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성폭법상 불법촬영의 대상이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돼 있어 ‘재생된 영상’을 재촬영한 행위는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같은 이유로 촬영 당시에는 합의했더라도 사후에 타인의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배포하는 행위를 금지한 제14조 2항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1, 2심 재판부는 이 씨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촬영물을 복제하거나 사진의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매체로 저장한 후 배포하는 등 경우도 (법 위반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냈다.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 자체를 배포하는 경우만 처벌하는 규정으로 좁게 해석한다면 촬영물을 복제하거나 저장매체를 바꾸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처벌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고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은 2013년에도 여중생과 화상채팅을 하다 신체 주요 부위가 드러난 화면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를 성폭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이후 신체 촬영물을 재촬영하거나 이를 배포하는 행위도 처벌하도록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폭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다만 대한변호사협회는 개정안에 대해 “이미 촬영된 사진 등을 재촬영하는 경우 피촬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며 “지나치게 처벌 범위를 확대하고 불분명한 기준으로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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