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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靑, 국회가 왜 방북 동행 거절했는지 잘 생각해봐야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 동행을 공식 제안했다 거절 당해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오는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정치분야 특별대표단 자격으로 함께 가자고 요청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출신인 문희상 의장에게도 퇴짜를 맞은 것이다. 초청 대상 9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만 수락의사를 밝혔다. 이들 3명이 실제 동행하게 되더라도 당초 청와대가 의도한 국회 대표단과는 거리가 멀다.

청와대 제안을 야당과 국회가 거부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무엇보다 대통령 행사에 입법부 대표단이 수행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무례이며, 오만한 발상이다. 청와대는 별도의 특별 대표단이라고 하지만 상대인 북측은 물론 우리 국민들조차 대통령 방북수행단의 일부라고 여길 것이다. 문 의장이 남북 국회 회담 추진을 밝혀왔지만 그건 정상회담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오히려 문 의장의 남북 국회회담을 무력화시키는 일이다. 오죽하면 문 의장이 즉각 제안을 거부했는지 청와대는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문 의장은 “정기국회에 충실하기 위해 가지 않겠다”고 완고히 표현했지만 그 행간에는 불쾌감이 역력히 묻어난다.

제안 과정도 일방적이다.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은 “정중히 초청한다”면서도 야당과는 아무런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꼭 평양에 함께 가고 싶다면 초청 대상자에게 먼저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고 도리다. 게다가 초청 발표를 하면서 ‘평화라는 가치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는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과 ‘남북 평화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발언까지 언급했다. 대승적 차원에서 따라오라는 공개 압박인 셈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야당 대표들과 같이 방북하는 모양새를 갖추면 남북관계 개선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가뜩이나 고용악화 등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이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손뼉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이런 식의 일방통행은 공연한 정치적 논란만 키울 뿐이다.

청와대도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1주일 남겨놓고 함께 가자고 툭 던지면 야당이 덥석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번 파동은 청와대가 또 한번 자충수를 둔 꼴이 된 듯하다.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에 여야의 전폭적인 지지를 원한다면 더 자세를 낮추고 소통하는 겸손함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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