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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키지도 못할 고위공직자 인선 기준 왜 만들었나
국회에서 진행중인 장관과 헌법재판관 후보자 10여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역시 실망스럽다. 늘 그렇듯 불법 탈법 사례가 난무한다.

후보자 대부분이 여러 차례의 위장 전입 의혹을 받는다. 관련 서류에 다 나타나는 것이니 의혹이랄 것도 없다. 사실이다. 심지어 취득ㆍ등록세를 낮추려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시인한 후보자들도 3명이나 된다. 논문 표절, 비상장 주식 투자 관련 의혹까지 나온다. 아내가 친인척 회사에 직위만 걸쳐 놓은 채 일도 하지 않고 월급을 받은 사례도 있다. 명백한 불법 증여다.

마치 우리 사회에는 능력과 청렴성을 겸비한 공직자는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20년 전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됐지만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최상위법인 헌법의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할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국민복리에 이바지하고 공평무사한 정책을 집행해야 할 장관 후보자들이 이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넌센스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직 배제 기준은 대선 공약이었다. 당초 문대통령은 위장전입,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주식 투기, 논문 표절 등 이른바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각(組閣) 과정부터 위반 사례가 줄줄이 나타나자 새 기준이라며 ‘7대 배제’ 원칙을 내놓았다. 좋게 말하면 현실화고 비판하자면 느슨해졌다. 장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확대됐던 2005년 7월을 기준으로 위장전입이 2건 이상일 때 인선을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한 번 정도는 불가피성을 인정해 준 것이다. 그게 작년 11월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줄줄이 주요 공직 후보자로 추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당연하다. 코드 인사에 치중하느라 흠결을 지녔어도 밀어붙인다는 비난을 정치공세로만 폄훼할 수 없는 이유다.

기준을 만든 이유는 분명하다. 법에 맞게 자기관리를 할 정도는 돼야 고위 공직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기준은 기준답게 작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청렴한 고위공직자를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오늘의 청문회를 본 미래의 동량들은 고위 공직자의 꿈을 그대로 지니면서도 아무 고민도 없이 불법탈법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10년 후 20년 후에도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전과를 지닌 사람들이 고위공직자에 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기준이란 지켜야 의미가 있다. 지키지 않을 기준이라면 만들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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