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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의 갈라파고스 대한민국]한국에만 있는 지주사ㆍ은산분리 규제…풀기는 커녕 오히려 강화 기조로 역주행

- 지주사 자회사 지분율 강화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 신규 인수합병 등 투자에 저해요인
- 대통령 규제완화 천명한 은산분리 여당 반대로 국회 문턱서 좌절
- 신규 자본 진입 저해하며 은행 과점시장 형성하는 소비자 역차별 규제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인 벤처ㆍ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선점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오히려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며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 언제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에 천착해 기업의 성장의욕을 꺾어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목한 은산 분리 규제 완화 특례법 처리가 끝내 8월 임시국회에서 불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채 한국에만 존재하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 해소의 첫발로 인식되던 은산 분리가 첫걸음도 떼지 못한 채 여당의 반대로 무산되자 정부의 규제완화 동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갈라파고스 규제’로 꼽히는 지주회사 규제를 담은 공정거래법 또한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이 마련되며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삼은 정부의 혁신성장 구호가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현행보다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최근 입법예고되면서 신규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투자 의욕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신규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대기업에 대해 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현행 기준보다 10%포인트(상장사 20%→30%, 비상장사 40%→50%) 올리기로 했다. 강화되는 지분율 요건을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에 한해서만 상향 조정하기로 했지만, 지주회사의 지분율 규제가 그동안 기업의 신사업 진출 등에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는 점에서 개정안 통과 시 지주회사 전환의 유인 감소는 물론 기업의 투자 의욕 감소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현행 지주사 지분율 규제의 힘은 상당하다.

예컨대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 SK하이닉스는 신사업 진출을 위한 M&A에 나서더라도 지주회사 규제 탓에 해당 회사의 지분 100% 모두를 확보해야 해 대형 인수합병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르게된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손)자회사 및 증손회사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하는데, 이 때문에 비용과 경제성이 최우선시돼야 하는 M&A에 걸림돌이 되는 게 현실”이라며 “글로벌 기준에 근접하도록 증손회사 보유규제, 최소 지분율 규제, 공동 출자와 타 계열사 출자규제, 부채비율 규제 등 사전규제를 모두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주사 규제와 함께 또 다른 ‘갈라파고스 규제’로 꼽히던 은산ㆍ금산분리 완화 또한 대통령의 직접적 언급에도 진척이 없자 재계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

특히 은산 분리 규제는 신규 자본의 진입을 억제하며 오히려 주요 시중은행들의 과점 시장을 형성하는 역차별 규제로 작용하며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등에서 금융회사의 주식보유 승인,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보험사 자산운용방법 제한 등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규제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ICT 기업을 비롯한 비금융 주력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핀테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금융과 실물부문을 금산분리 칸막이를 통해 격리시키려는 것은 세계적인 융복합 추세와 배치되는 것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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