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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류사회’ 논란에 대한 변혁 감독의 답변

-논란에 대한 변혁 감독의 답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영화 ‘상류사회’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에서는 미래그룹을 중심으로 돈과 예술을 탐닉하는 재벌 한용석(윤제문)과 우아하고 교만한 미술관 관장 이화란(라미란) 부부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민낯이 신랄하게 드러난다. 이들의 ‘갑질’과 잔인함, 안하무인적인 태도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떠올리게도 한다. 여기에 경제학 교수 박태준(박해일)와 미래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수애) 부부가 상류사회로 진입하려다 겪게되는 추악함과 기괴함은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이 영화는 상류사회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19금 영화다 보니 노출이 많다. 정사 장면이 과할 뿐더러 그런 장면을 긴 시간 보여준다. 영화에서 대기업 회장 한용석으로 나오는 윤제문은 예술을 하는 행위이겠지만 그의 정사 장면은 매우 길다. 상류사회의 추악함은 드러내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닐 것이다. 그것을 전복하는 힘이 약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정작 여자주인공 수애(오수연)의 노출신은 별로 없다. 개봉전에는 수애의 노출여부로 홍보한 적도 있다. 일본 AV 전문배우까지 초빙해 파격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한국의 여배우들의 노출신도 제법 센 것과는 대조적이다. 심지어 신인들은 노출시키고 톱스타는 보호해준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변혁 감독(52)은 “수애 씨의 노출이 있어야 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정사 장면을 찍은 동영상 때문에 협박받는 상황이 있으면 된다. 동영상만으로 이진욱과의 과거를 알기에는 충분하다”면서 “어떤 포즈를 취했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 수애 씨의 노출은 더 줄이려고도 했다. 동영상 자체가 큰 거다. 더구나 이 영상은 우연히 찍혀진 것다. 수애 씨에 대해 노출된 것이 논의거리가 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용석 회장(윤제문)과 미나미(하마사키 마오)는 장시간 적나라한 정사를 벌인다. 그냥 보면 변태적 행위 같지만 여기서는 예술 행위다. 한 회장은 “예술은 말로 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도 변혁 감독은 “예술하는 행위의 설정이어서 정사신은 일상적으로 찍었다. 밝은 대낮에 오페라 음악을 틀어놓고, 그 공간에 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비서가 들어온다. 매춘 장면이 아니다. 일상적인 정사신과 다르게 느껴서 그렇게 촬영했다. 상대 역할인 미나미 씨도 예술을 하는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회장의 추악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장면은 통쾌하게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있고, 별로 도발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도촬 성행위 동영상이 협박의 무기가 되는 것은 리얼세계에서도 익숙해져있지만 “뻔뻔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라고 말하는 수애에게서 시원함이 엿보인다.

변혁 감독은 “남자의 불륜을 여자가 용서해주는 것의 반대의 경우는 인식이 달라진다. 그런 것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변혁 감독은 “상류사회 위선은 그 전에도 다뤄왔던 소재다. 얼마나 추악한지, 또 얼마나 이중적인지에 대해 다루는 것을 보면 비슷한 지점이 있다다”면서 “그들은 추악하고 우리는 정의롭다가 아니다. 우리도 갑질하고 있고, 한심하다”면서 “극중 수애도 관장에게 갑질당하는 데 자신은 비서에게 갑질한다. 장태준(박해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들을 욕하지만 부러워하는 부분도 있고, 우리가 정의로운 것 같지만 한심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고 했다.

마지막 장면 여주인공의 선택에 대해서는 “주인공이 상승곡선을 타다가 몰락하거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덮고 쇼윈도 부부처럼 사는 결론도 고민했지만, 일반 사람들이 시도하기 어려운 민낯이 나온다. 관객이 ‘나라도 그랬을거야’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나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켰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솔직할래요의 엔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 감독은 “노출신이 있어 주목받건 이 영화는 재벌가 이야기를 포함해 이 시대 풍속도를 그리고 싶었다”면서 “미술 세계를 다루고, 경제 ,정치, 스릴러 같은 느낌도 난다. 멋있고 추악한 부분이 다 섞여있다. 정신 없이 사는 주인공들 이야기를 통해 삶에 끌려가지 말고 삶을 끌고가자는 말을 하고싶었다”고 말했다.

변혁 감독은 파리 제1대학교에서 영화 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성균관대 영상학과에서 영화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주홍글씨’ ‘오감도’ 등 전작에서 욕망과 에로티시즘을 자신의 방식으로 천착해왔다. 변 감독은 “창작할 때는 이론 공부가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과감하게 질러야 되는데 계속 자기검열을 하게된다”면서 “저는 이미 이론공부를 했으니 이론을 창작하는데 긍정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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