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공염불’이 된 코스닥 활성화 정책
벤처 및 중소기업에 안정적인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국민들에게 저금리 시대 자산을 증식할 기회를 주겠다며 연초 정부가 내놓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이 반년이 지나도록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탄탄하지 않은데다 정부의 정책도 오락가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다. 올해 안에 코스닥 지수를 1000포인트까지 끌어올리겠다던 당국의 ‘호언장담’이 실망만 안겨주는 ‘공염불’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시장에 가득하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지만, 정작 코스닥 시장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일평균 코스닥 거래대금은 3조4000억원 대로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초에만 해도 하루 8조 6600억원 어치의 주식이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 규모가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셈이다.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역시 하반기 들어 11조원 이상 사라졌다.

코스닥 시장이 위축된 것은 높아진 글로벌 변동성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무역과 환율 정책을 겨냥해 날선 트윗을 날릴 때마다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는 흔들렸고 코스닥 시장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코스닥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6월 12조 3000억원에서 8월 현재 11조 4000억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건실한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코스닥 기업들에 대한 기술분석보고서를 확대 발간하기로 했지만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보고서를 내겠다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코스닥 지수가 750선까지 밀리는 등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연내 100개 기업을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킨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될 상황에 몰렸다. 정부는 올해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 수를 105개로 전망했지만 현재 상장심사를 통과했거나 심사가 진행중인 기업 모두가 상장 절차를 마친다고 해도 목표치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하면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대표격인 코스닥 벤처펀드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질 수 밖에 없다. 코스닥벤처펀드에 3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은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때문인데 IPO 시장이 축소되면 공모주 물량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코스닥벤처펀드의 수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미 코스닥 벤처펀드가 ‘애물단지’가 됐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펀드 대부분이 손실을 내고 있고, 펀드로 흘러들어오는 자금 유입 속도도 급격히 줄었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단기간에 자금이 몰렸다가 수익률 부진으로 관심이 적은 관치펀드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오락가락하는 정책도 문제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겨냥한 회계 감리와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과정에 대해 테마감리를 진행해 불확실성을 키워놓고도 제때 결론을 내지 못하자 코스닥 주도 업종인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심도 싸늘하게 식었다. 신약개발이 성공하면 수조원의 이익을 벌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기업이 회계 기준 변경에 자칫 한계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데 자신있게 자신의 돈을 맡길 투자자는 있을 수 없다.

4차산업혁명, 창조경제부터 혁신성장까지 역대 정부가 내놓은 한국 경제의 청사진에는 항상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이 포함됐지만 그에 걸맞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일괄성 있는 정책과 함께 시장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아무리 다양한 정책에도 결국에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환경부터 개선돼야 진정한 코스닥시장 활성화도 가능하다. 정부 정책만을 믿고, 월급을 모아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로 낭패를 보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