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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상가점포 과포화의 대안적 접근
지나다니는 길목의 상가 간판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일상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새로운 품목을 개발해서 장사가 잘돼도, 이익 보는 기간이 1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장사가 된다 싶으면 1년 이내에 인근에 유사한 형태의 가게가 문을 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21.3% 수준으로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 15.4%보다 월등히 높다. 신규사업자는 매년 증가해 2017년에는 128만명에 달했다. 그런가 하면 연간 폐업율도 70%를 넘는다. 높은 자영업자 비율과 폐업율은 일자리 부족과 창업자의 전문성 부족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겠지만, 과다 공급되는 상가도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신축된 상가가 많아 쉽게 상점을 열 수 있어 유사한 업종의 과당 경쟁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고 있다.

소비패턴이 크게 소형매장에서 대형매장으로 바뀌었고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등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여 소규모 매장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온라인 통신판매업이 2014년과 비교하여 46.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 국세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소비패턴 변화와 달리 상업용지 공급은 과거의 계획 기준이 거의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신도시, 혁신도시 등을 건설할 때 개발예정지구의 3% 내외 또는 주거지 면적의 5%가 상업용지로 공급된다. 도시계획기준 및 혁신도시계획 기준 등에서 지역별 특수성을 감안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1, 2기 신도시 및 신시가지 유사사례를 적용해 상업용지 공급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대구 혁신도시의 경우 상가신축 후 3년 이상 공실로 남아있는 건물이 50%가 넘는다.

기개발지의 상업용지 비율은 약 2%에 달한다. 상업용지 공급계획에 들어있지 않은 아파트단지 내 상가나, 주상복합 건물 내에도 상가가 지어진다. 여기에 일반 지역에서 근린생활시설로 공급되는 상가를 고려하면 과포화상태로 볼 수 있다. 상업지역 외에도, 전용주거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편의점, 음식점, 커피숖 등 각종 상업용 시설이 근린생활시설로 허용된다. 이로인해 주거지역내에서도 간단한 행정 절차를 거쳐서 일정 규모 이하의 상점을 열 수 있다. 신도시나 혁신도시 등에서 이주자택지로 분양한 단독주택의 상당 부분이 상가주택으로 바뀌어 1층이 상점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이유이다.

올 2분기 상가임대동향조사에 의하면 상권별 공실률이 곳곳에서 증가하고 있다. 과다한 상가 공급 체계는 비어있는 상가를 양산하여 토지이용구조를 왜곡하고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중소상인들의 영업환경 불안정을 야기하고, 고용구조의 왜곡을 초래하는 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서구에서는 엄격한 용도분리와 계획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상업용지로 계획된 곳이 아니면 개인이 주택을 상점으로 전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도시화로 나타나는 다양한 토지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용도지역별 허용되는 용도를 확대해왔다. 이는 가로활성화, 통행유발 수요 축소 등에 크게 기여했지만 오늘날의 상가 과포화상태를 심화시키는 단초도 되고 있다.

인구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고 소비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접근을 통한 상가활성화도 필요하지만 상가 ‘다이어트’도 필요하다. 신도시 계획 등의 상업용지 공급비율과, 주상복합아파트, 아파트단지 등에 지어지는 상가 비율을 축소하고 용도지역별로 허용되는 용도를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상가 과잉공급으로, 손쉽게 상점을 열고 과당경쟁으로 폐업하여 생활기반이 흔들리는 문제를 줄여야 한다. 비자발적 자영업자가 성공확률이 낮은 자영업보다 중소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지원 차원에서 개별기업이 하기 어려운 작업환경 개선과, 작업장 주변에 여러업체 직원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복리시설 설치 등의 다양한 근로환경 개선 노력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남아도는 상가 일부를 그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방면의 접근을 통해, 기피하는 중소기업과 ‘3D’ 업종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반듯한 일자리가 되고, 외국인 근로자가 아닌 내국인에 의해 활기차게 돌아가는 일자리 생태계가 조성되는 그림이 허황된 꿈이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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