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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슈섹션] 해외 여행간 가족과 지인을 상대로 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외여행 시 실시간으로 연락이 잘닿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국내 가족에게 현지에서 크게 다쳐 급하게 거액의 현금이 필요하다며 입금하라는 피싱 사례가 잇따라 접수돼 주의가 요구된다.

이는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프로필과 각종 여행 일정 등 개인정보가 악성 범죄집단에 쉽게 이용될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1일 경기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5시 25분께 경기북부지방경찰청 112상황실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비상’이 걸렸다.

신고자는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40대 여성으로 페루로 여행을 간 자신의 20대 딸이 납치됐고 일행은 살해됐을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내용의 신고전화였다.

신고자 A(48)씨는 앞서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보이스톡(음성통화)이 걸려 왔다고 밝혔다.

자신의 딸이름으로 걸려온 보이스톡 너머의 목소리는 “엄마, 나 머리 많이 다쳤어, OO언니는 죽었어”라고 말했다. 이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자신의 딸이 페루에서 납치돼 직접 전화를 걸었을 것으로 생각한 A씨는 패닉에 빠졌다.

교사로 재직 중인 A씨 딸은 지난달 30일 동료 3명과 함께 페루 등 남미로 여행을 떠난 상태였고, 이달 18일 귀국하기로 돼 있었다.

곧이어 수화기 너머 속 딸의 목소리 대신 등장한 한 남자는 A씨에게 “주변에 누가 있느냐, 조용한 곳으로 가라”고 요구하더니 보이스톡이 끊겼다. 이어 국제전화 번호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속 남성가 “1000만원을 보내라”는 요구에 A씨가 돈이 없다고 대꾸하자 “서울로 가서 내가 아는 동생 XX를 만나라”고 했다. 전화를 끊은 A씨는 자신의 딸에게 전화와 카카오톡을 보냈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전화 수법과 요구사항 등으로 미뤄 신종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의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피해자들의 이름과 여행지 등을 실제로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납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페루영사관, 항공사, 해당 교사들의 근무지 등으로 수사망을 총가동했다.

교사 4명이 남미에서 납치·살해가 의심된다는 소식에 교육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경찰이 사건 파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이 약 3시간이 지나 B씨 일행이 페루에서 제때 출국해 경유지인 핀란드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B씨가 비행기에서 내려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한 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들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려온 것이다.

그제야 보이스톡 너머로 들려온 딸의 목소리 등 납치·살해 관련 이야기가 모두거 짓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A씨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보다 앞서 B씨의 다른 동료 가족에게도 비슷한 전화가 걸려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조직에서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여행사나 SNS를 통해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해당 발신 번호가 해외(중동국가)로 확인돼 정확한 정보 유출 경로는 현재로썬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NS에 여행 일정과 일행 등 사생활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또 모든 협박 전화는 바로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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