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둔 돈ㆍ생활비 줄여 충당
노후 의료준비 필요해도…절반만 준비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부모의 의료비 때문에 가계소득이 감소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10명 중 8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노후 의료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해도 실제 준비하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고령자 의료소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비로 1000만원 이상 지출한 고령자의 평균 의료비 지출액은 3228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중 입원 진료비가 1322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간병비 469만원, 외래 진료비 424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고령자 의료비는 보통 자녀(47%)의 지원으로 충당됐다. 보험금을 활용하는 경우는 18%에 불과했으며, 금융자산을 처분해 마련되는 경우도 11%뿐이었다.

이에 따라 자녀들은 부모님의 의료비 지출로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의 건강 문제로 가계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82%나 됐다. 특히 소득이 10~25% 감소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자녀들은 부모의 부족한 의료비를 메울 때 보통 모아둔 돈(금융자산, 46%)을 활용했다. 이외에 생활비를 아끼거나(26%) 빚을 내는 경우(10%)도 있었다.

부모들이 스스로 의료비를 준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자녀들은 ‘노후 의료비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30%)’, ‘부족한 노후 생활비 (25%)’와 ‘손ㆍ자녀의 양육 및 교육비(20%)’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부모의 의료비를 부담했던 자녀들의 대부분(95%)은 노후 의료준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은 절반(48%)에 불과했다.

자신의 의료비용을 부담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실손보험(46%), 생활비 보장하는 암/CI보험(28%)등 보험을 활용하겠다는 답변이 74%였다. 이들이 민간보험을 통해 노후 의료비를 대비하려는 것은 공적 건강보험에 대한 불신(58%) 때문이 많았으며, 의료비 외에 아팠을 때 부족할 수 있는 생활비(36%)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답변도 있었다.

조명기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모의 노후의료비 때문에 부모 자신은 물론 자녀의 가계와 심지어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라며 “투병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해 치료비뿐만 아니라 간접비용도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노후 의료비가 가계와 가족관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지난 6월 전국 400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고령자 의료소비 실태 및 인식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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