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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옥탑방 살이’ 구상…장애물 넘고 약속 지킬까
한 달간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무리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성과보고회를 열고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철 4개 예산 2조8000억원 추정
-강ㆍ남북 역차별 논란도 스멀스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시가 강남ㆍ북 간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그간 진척없던 비(非)강남권 도시철도 사업을 오는 2022년 전에 조기 착공한다. 또 서울시 3개 산하기관을 강북으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한다.

‘강북 한 달 살이’를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오후 2시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주민에게 이 같은 내용의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박 시장 취임 이래 최대 규모의 재정 투입이다. 추진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장애물을 마주해야 할 박 시장이 이를 극복하고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전철, 무사히 안착할까=시는 비강남권 내 도시철도 인프라를 확충한다. 면목선과 목동선, 난곡선, 우이신설선 연장선 등 4개 노선을 재정사업으로 바꿀 예정이다. 박 시장의 3선 임기 내인 2022년 이내 착공이 목표다.

문제는 비용이다. 당초 민자사업으로 잡혔지만 경제성이 없어 추진이 지연됐던 곳들이다. 민간 사업자가 ‘의정부 경전철’ 사례를 우려하며 고개 돌린 노선이란 이야기다.

6767억원 중 54.3%(3676억원)를 낸 의정부경전철의 기존 사업자는 지난해 5월 누적적자 3600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다. 당시 하루 이용객은 1만2000명으로 하루 승객수요량 예측치(7만9000명)의 15.3% 수준으로 집계됐다. 서울 최초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의 상황도 좋지 않다. 현재 우이신설선의 하루 이용객은 7만명 선으로 예측치(13만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경전철의 수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자 운행이 늘어 결국 혈세 부담만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에 따르면, 4개 노선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는 모두 2조8000억원이다. 국ㆍ시비의 비율은 4대 6으로 시의 재정사업이 될시 시는 최대 1조6800억원을 공사에 투입해야 한다. 유지비를 계산하면 돈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이전 경전철의 사례를 볼 때 본전 이상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구종원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수요 부분에서 어려움은 있겠지만, 교통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의 편의 상승을 위해 꼭 이뤄져야 하는 사업”이라며 “우이신설선 운영 경험,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역차별 논란 잠재울까=서울 동남권 자치구 사이에선 역차별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스멀스멀 일고 있다.

특히 시가 SH공사와 서울연구원, 시 인재개발원 등 3개 산하기관을 강북으로 옮길 뜻을 밝히면서 갑작스레 공공기관을 놔줘야 할 자치구는 섭섭한 기색이다. 시의 주거복지ㆍ도시재생을 책임지는 SH공사, 각종 토론ㆍ설명회를 개최하며 서울 청사진을 그리는 서울연구원, 매년 5만여명이 연수를 받기 위해 오는 인재개발원 등 모두 ‘노른자’ 기관이다.

현재 SH공사 본사는 강남구, 서울연구원과 시 인재개발원은 서초구에 위치한다. 근무 인원은 SH공사 1255명, 서울연구원 285명, 인재개발원 115명 등이다. 시는 이를 위해 공공기관 이전 추진단을 만드는 등 이전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전망이다. 민선 7기를 막 시작하는 상황에서 ‘알짜’를 잃었지만, 구청장들은 역풍을 우려해 대놓고 이의제기를 하기도 난감하다.

시는 또 영유아 열린 육아방(373곳), 국공립어린이집(468곳), 우리동네 키움센터(357곳) 등 시내 새로 짓는 돌봄시설 90% 이상을 비강남권에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동남권의 자치구 관계자는 “동남권도 무연고사가 끊이지 않을 만큼 지역 불균형 문제가 상당하다”며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동남권의 다른 관계자는 “자치구 간 불균형을 바로 잡는 일을 넘어 동(洞) 간 불균형을 바로 잡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장기 계획은…=시는 이날 곤돌라ㆍ경사형 모노레일 설치 등 새로운 교통수단 도입을 예고했다.

노후 주택, 낙후 주거환경 정비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빈집 1000호를 사들여 청년ㆍ신혼주택 4000호를 만들 예정이다. 공공시설 안 공유차량 ‘나눔카’ 우선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해 현재 567면에서 3733면으로 늘리고, 강북권 내 어린이전문병원도 신설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급한 일부터 처리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만들 예정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 기여금과 초과이익 환수금도 균형발전 재원으로 쓴다.

박 시장은 “개발 이익을 철저히 환수해 비강남지역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과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라며 “적어도 향후 4년간 강남ㆍ북 균형발전의 모멘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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