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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상봉] 70여년의 이별ㆍ상봉 D-1…101세 최고령자 “무슨 말 하겠나”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행사에 참여하는 가족들이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 집결했다. 이번 상봉행사 최고령자 백성규(101) 할아버지가 사전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통일부ㆍ한적, 고령이산가족 건강 최우선
-박경서 “南北만 이산상봉…딛고 일어서야”

[헤럴드경제=속초 공동취재단ㆍ신대원 기자] 남북정상이 4ㆍ27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8ㆍ15 광복절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70여년을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만했던 이산가족들은 꿈에도 그리던 가족과의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강원도 속초로 집결했다.

금강산에서 20~22일 진행되는 1회차 상봉행사 대상자인 남측의 89가족은 이날 오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행사 사전등록과 방북교육을 시작으로 이산상봉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상봉행사 최고령자인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처음 몇 번 신청했는데 다 안됐는데, 이번에 소식이 왔다”면서 “다 죽게 됐으니까”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백 할아버지는 고향과 가족에 대해 떠오르는 기억을 묻자 “없다. 다 돌아가셨는데”라면서 “무슨 말을 하겠나”라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나는 울 줄도 모른다”며 지난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백 할아버지는 이번에 금강산에 올라가 며느리와 손녀를 만날 예정이다. 북한에 남아있던 남동생 둘과 여동생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고령자들이 많은 만큼 대한적십자사(한적)와 통일부 등 정부는 이산가족의 건강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최대종(서울적십자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의료대 대장은 “사전점검을 통해 응급상황을 사전에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걱정은 고령자분들이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적은 1차 상봉기간에 맞춰 의사 6명과 간호사 6명을 포함한 24명의 의료진을 꾸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고령자가 많아 응급상황 대비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며 “응급상황시 고성 남북출입사무소(CIQ) 근처에서 헬기를 이용할 수 있게 협조체계를 구축해놨다”고 소개했다.

1회차 상봉기간 함께 금강산을 방문하는 박경서 한적 회장은 이날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한 방북교육에서 “세계 191개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회원국 중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대한민국과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나라만 하는 것”이라며 “이 한을 우리가 딛고 이제는 일어서야 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사흘 후 떠날 때, 손을 흔들 때 슬프더라도 이길 줄 아는 사람이 다음에 또 고향도 방문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지금까지 헤어졌던 내 형제, 내 식구들을 존중해야 한다”며 “그 사람들이 살아온 생애에 대해 ‘너희들은 뭐했냐’ 하지 마시고 상호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우리 국민들이 되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판문점선언과 북미정상회담의 연장선 속에 있는 첫 번째 이산가족 상봉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며 “감정이 북받칠 때는 감정도 다스릴 줄 아는 이산가족 상봉이 되시라”고 덧붙였다.

이산가족들은 이번 상봉행사 기간 6차례, 총 11시간에 걸쳐 흩어졌던 가족을 만날 예정이다.

상봉행사 첫날에는 단체상봉과 환영만찬, 둘째 날에는 개별상봉과 객실중식, 단체상봉, 그리고 사흘째이자 마지막 날에는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 순서로 진행된다.

둘째 날 객실에서 개별상봉을 가진 뒤 곧바로 점심을 함께 하는 객실중식은 이번에 처음 도입됐다.

마지막 날 작별상봉과 공동중식을 같이 하는 것도 이전과 달라졌다.

남북은 또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산가족의 경우 버스에서 하차하지 않고 탑승한 채 통행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산가족들과 지원인원, 취재단 560여명은 20일 오전 8시30분께 한화리조트에서 버스편으로 출발해 동해선 CIQ와 북한 통행검사소를 거쳐 낮 12시30분께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초 1회차 때는 93명, 2회차 때는 88명이 최종 상봉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건강악화 등을 이유로 남측 9가족이 상봉을 포기하면서 최종적으로 1회차 때 남측 89가족, 2회차 때 83가족이 가족을 만나게 됐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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