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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 ‘규제개혁 20년 화두’ 해법은…] 美 우버 80조 -中 디디추싱 62조 가치…한국은 유니콘 키울생각 않고 부러워만

지자체, 이익집단간 갈등조정 능력 한계
정치권은 표만 의식…관료는 안전주행


미국의 차량 공유 스타트업인 ‘우버’의 기업가치는 무려 80조원에 달한다. 중국의 우버로 통하는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도 62조원에 이른다. 이제 이들 기업은 엔지니어를 고용해 교통 경로 최적화, 자율주행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쌓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연구까지 나섰다.

그런데 한국에선 왜 이런 기업들이 탄생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왜 관련사업이 잇따라 좌초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택시운송사업조합 등 이익단체와의 갈등 조정에 실패한 것을 첫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택시업계는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우버의 한국 시장 진출도 막아냈다. 2013년 8월 우버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당시, 택시 노조는 우버 반대 시위를 열었다. 서울시는 우버를 단속하는 조례를 만들었고, 검찰은 우버를 재판에 넘기기까지 했다.

‘풀러스’ 문제를 풀기 위해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토론회를 개최했을 당시 가장 거세게 반발 했던 곳도 택시업계다. 택시업계는 “카풀앱 업체가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 게 명확하다”며 논의를 거부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 등 이익단체를 한국 정치권은 ‘빅스피커’로 보고 적대적인 관계로 만들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에서 갈등을 풀기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돼 왔는데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이 앞으로 택시업계등과의 갈등을 잘 조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무원 등 관료집단의 안전 지향주의도 스타트업 업계에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사안이다. 택시업계를 비롯한 이익집단에서 스타트업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면 일단 규제하고 본다는 것이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대표는 “기존의 법 체계로 판단하기 어려운 ‘그레이존’ 이 있다고 할 때, 공무원들이 판단을 유보하지 못하고 민원을 제기한 쪽의 입장에서 규제를 일단 하고 보는 방향을 잡는다”고 했다. 임 대표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악성 민원이 쌓이면 인사고과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는 데다, 특정 스타트업의 사업을 허용해 준다고 하면 곳곳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까지 받는 구조”라고 했다.

법 체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법적 검토를 받는다. 그러나 변호사, 법무법인 마다 판단이 다른 경우가 있다. 행정당국의 판단과 법원의 판단도 다를 수 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마주하기엔 너무 큰 리스크다.

스타트업이 발달한 미국·영국 등의 경우 명확한 법 조문이 없는 영역에 대해 일단 사업을 허가하고 논란이 생길 경우 재판을 통해 생긴 판례를 판단 근거로 삼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영미법 체계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독일·일본과 같은 대륙법 체계다. 판례 보다는 법률 조문이 우선한다. 국회에서 근거 법안을 마련해야 사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 명확하게 판단 할 수 있다.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 업계에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유관단체의 의견을 모아서 국회가 법 조문을 만들때면 이미 시장에서 혁신은 끝난 뒤다.

실제로 독일 정부 역시 2014년 6월 우버가 택시 면허 없이 승객을 태우는 것은 불법이라고 보고 운영을 금지시킨 바 있으며, 일본은 ‘스타트업 불모지’ 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위해 갖은 노력 중이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부정확한 법 체계로 혼란을 겪을 때 국회가 입법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해 줘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진원 기자/ji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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