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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광복절, 그러나③] 인사동ㆍ도림동 등 ‘일제시대 흔적’…서울 지명 30%는 일본식
[사진=헤럴드경제DB]
-인사동ㆍ신도림 등 일본식 구획화에 옛지명 실종
-한국땅이름학회 “도로명 주소로 회복노력 물거품”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광복 후 73년. 일제는 쫓겨났지만 일본이 구획화 한 조선 땅의 이름은 잔재로 남아있다. 지역이 가진 본래 이름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됐지만, 도로명 주소 체계로 바뀐 이후 옛이름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도로명 주소 체계하에서 옛이름은 일제시대 때보다 홀대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땅이름 학회에 따르면 서울 지명 중 1/3은 가량이 일제시대의 잔재다. 일본은 식민지 조선을 구획화 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역 이름 다수를 일본식으로 바꿨다. 일본이 정한 지명 중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 이름은 인사동, 도림동, 신도림 등이다.

일본은 당시 두 동(洞)을 합하면서 각각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다시 만드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종로구 인사(仁寺)동도 조선시대 때 ‘관인방’에서 ‘인’을 따고 기존 동 이름인 ‘사동’에서 ‘사를’ 따 일본이 붙인 이름이다. 이밖에도 영등포구 영등포구 도림(道林)동과 구로구 신도림(新道林)동은 주변환경을 따서 만들었다. 인근 야산이 마을을 성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일본이 ‘도야미리(陶也味里)’로 이름을 붙였고 시간이 지나며 발음이 쉬운 ‘도림’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일제 잔재는 시민단체와 학계의 꾸준한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땅이름 학회 역시 우리땅이 광복 이후에도 일본식 작명으로 불리는 상황을 비판하며 옛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단체다.

단체는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지난 2014년 도로명 주소체계의 전면시행으로 물거품이 됐다고 평했다. 일제가 구획화한 이름엔 기존 지명의 뿌리라도 남아있었지만 도로명 주소에선 그 흔적마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배우리 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은 “인사동의 경우, 일본이 반인방과 사동 지역을 묶어서 만든 이름이란 흔적이라도 남아있지만, 도로명 주소 체계에선 숫자와 방향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마포나 용산 지역은 도로 개수보다 절대지명의 수가 훨씬 많을 정도로 옛이름이 풍부했지만 도로명 주소체계로 일괄 편입되며 1길, 2길이나 동길,서길로 획일화돼 개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는 “강남처럼 과거 황량한 논밭이었던 지역은 옛이름이 적어 도로명 주소가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도 “옛부터 사람들이 많이 왕래해 기존 이름을 뚜렷하게 가진 마포나 용산 지역까지 모두 도로명만 남길 필요가 있었냐”며 현행 체제에 아쉬움을 표했다. 외국식 도로명 주소를 그대로 벤치마킹하기엔 한국에 단순하지 않은 미로형 도로가 많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배 명예회장은 그는 “한국식 명명 방식은 밤나무골처럼 지점을 일컫는 점의 방식이다. 선(길)을 중심으로 한 외국식 명명을 따르며 우리 방식의 이름이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회대로에 산다는 지인을 찾아가봤는데, 정작 국회에서 한참을 뻗어나간 길이라 국회가 보이지도 않는 곳이더라. 조상들은 길이 아닌 집에서 살았다”는 그의 말엔 우리 손으로 옛 지명을 홀대한 현 상황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있었다.

kacew@heraldo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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