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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닥 CB 하향조정…벤처펀드 ‘호재’ 기대감
신규 상장사 공모가 거품 빠져
펀드 수익률엔 상승 환경 조성
주주가치 희석 우려 확산에도
운용사들 ‘저가 인수’ 기회활용


코스닥 지수가 지난 6월초 급락 이후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 벤처펀드’(이하 벤처펀드)는 오히려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토대로 수익률 반등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많은 벤처펀드는 신규 상장사의 공모주를 인수하거나 벤처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등 중수익ㆍ중위험의 메자닌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침체에 따라 기업공개(IPO)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신규 상장사들의 공모가(價) 거품이 빠지고 있고, 아울러 벤처펀드가 편입한 CB도 전환가액이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어 펀드 수익률이 제고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심장충격기(AED) 전문업체인 씨유메디칼은 지난 6월 초 발행한 120억원 규모 CB의 전환가액을 발행 당시(3409원)보다 10%가량 낮은 3067원으로 조정한다고 10일 공시했다. CB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채권 보유자가 미리 결정된 조건대로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사채를 말한다. 국내 대다수 CB 발행사는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아졌을 때 생길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일정 기간마다 시가를 반영해 전환가액을 조정(리픽싱)하고 있는데, 전환가액이 낮아질수록 CB 투자자는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사모 운용사 지브이에이는 씨유메디칼 CB에 약 20억원을 투자했는데, 전환가액 하향 조정으로 인해 발행사 측에 요구할 수 있는 주식 수가 기존보다 11%가량 늘어났다.

최근 코스닥 지수가 800선 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 벤처펀드의 수익률이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배경도 CB 리픽싱 때문이다. 벤처펀드는 중소기업 지원과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출시한 상품이다. 코스닥시장 공모주 가운데 30%를 이 펀드에 배정하는 혜택을 제공하는데,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 벤처펀드 운용사는 펀드 자산의 최소한 15% 이상을 신주인수권부사채(BWㆍ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나 CB 등 신주에 투자해야 한다. 이처럼 수요 기반이 다져지자, 벤처펀드가 출범한 지난 4월 초 이후 40여개 코스닥ㆍ코넥스 상장사들이 벤처펀드들을 대상으로 약 4600억원의 CB를 발행했다. 그러나 코스닥 지수가 무너지면서, 크루셜텍(-36.5%, 이하 발행 당시 대비 CB 전환가액 조정률), 제이엔케이히터(-23.0%), 뉴로스(-21.6%), 지스마트글로벌(-19.0%) 등 기업이 발행한 CB의 전환가액이 크게 하향조정됐다. 운용사 외 기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주식가치 희석이 우려되는 대목이지만, 운용사로서는 수익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코스닥 시장 침체와 함께 IPO 시장 열기가 가라앉은 것도 벤처펀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벤처펀드가 출범한 이후 이달 첫째 주까지 12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됐는데, 이들 기업의 공모가액은 모두 희망범위 최상단 혹은 이를 초과하는 가격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지난주부터는 디아이티와 대유 등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에 미치지 못한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PO 시장의 분위기는 코스닥 시장 분위기를 1~2개월 후행하는데, 연말~연초 급등한 코스닥 지수로 인해 상반기 IPO 시장이 과열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며 “코스닥 시장이 가파른 조정을 거친데다, IPO 시장의 주요 수요자인 벤처펀드의 규모도 정체 국면에 접어들어 발행사들이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추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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