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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당신의 휴가는 안녕하신가요
흔히 휴가라고 하면 여행가방 싸들고 어딘가로 떠나는 걸 떠올린다. 1년 내내 일에 지친 직장인이라면 무조건 이 곳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기 마련이다. 어느 낯선 열대의 이국에서 바다가 보이는 휴양지에 누워 칵테일 한 잔 마시며 느긋하게 오수를 즐기는 그런 휴가를.

하지만 막상 실제로 여행을 떠나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토록 환상적일 것 같던 여행이 실제로 가보면 생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은 우리를 설레게 하지만, 막상 타면 짐짝처럼 구겨진 채 몇 시간 동안을 꼼짝 못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그렇게 힘겹게 도착한 여행지에서 안되는 영어로 힘들게 숙소를 찾고 유명하다는 관광지를 둘러보고 또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지나고 나면 뭘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고 남는 건 피곤함인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려고 그 먼 길을 돈과 시간을 들여 떠났던가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휴가시즌이 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여행비용도 비용이지만, 너무 여행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오히려 휴식이 아닌 노동을 해야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떠나지 않고 집에서 혹은 가까운 호텔에서 머물며 ‘나만을 위한 휴가’를 보내는 이른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Stay+Vacation)’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휴가철이 되면 그래서 호텔들은 떠나지 않는 이들을 위한 상품을 일제히 내놓기도 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평상시 가지 못했던 공연을 보러가거나 시간이 없어 못했던 취미를 즐기는 이들은 ‘스테이케이션’이 오히려 여행보다 훨씬 더 낫다고 말한다.

스테이케이션은 지난 2007년 불거진 금융위기에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고유가에 경기침체로 어딘가로 떠나기보다는 집에서 보내며 가까운 수영장이나 박물관 등을 다니는 저비용의 휴가를 보내게 됐다는 것. 이런 사정은 우리에게도 스테이케이션이 점점 휴가의 신 풍속도로 등장하는 주된 이유다. 성수기에 몰리는 회사들의 휴가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행자들의 비용부담도 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테이케이션이 점점 많아지게 된 것이 단지 이러한 경제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휴가를 이제는 여행이 아니라 휴식이나 힐링타임으로 여기는 인식의 변화가 굳이 어딘가로 떠나는 것만이 휴가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집에 머물면서도 충분히 해외여행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즐길 수 있게 된 상황은 스테이케이션을 가성비 좋은 휴가 트렌드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물론 휴가의 목적은 다양하다.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고 낯선 곳에서의 시간들을 경험하기 위한 여행의 의미로서의 휴가도 있지만, 복잡한 현실을 잠시 잊고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휴양의 의미로서의 휴가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결국 휴가는 바쁜 일상에서 놓치고 있었던 나 자신을 다시 찾아내는 ‘재충전’의 의미가 클 것이다. 결국 진정한 휴가란 어딘가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에게로 떠나는 것’이란 점이다. 그러니 이제 휴가를 떠나기 전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볼 일이다. 나의 휴가는 충분히 나를 향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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