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병기 연예톡톡]‘미스터 션샤인’, 김은숙 작가가 시대물에 접근하는 방법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김은숙 작가의 전작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우리의 어두운 시절인 구한말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물이다.

김 작가가 이 두가지 장르를 접근하는 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김 작가가 쓰는 시대물은 여느 작가들과도 차이가 많이 난다.

‘미스터 션샤인’은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위기에 처한 구한말의 의병 활동을 다루고 있지만, 너무 역사물로 치중해 전개되면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정통대하사극을 방송하다 지금은 끊어진 KBS-1TV에서 해야할 일이다.

김은숙 작가는 기본적으로 무거움과 진지함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톡톡 튀는 유머 감각과 때로는 유치할 수 있는 말장난 대사를 절제하는 듯하면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아픈 과거의 정조를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 역사 고증에서 몇 군데 허술함을 보이기도 했지만 당시 시대정서와 어울릴만한 분위기를 깔고 있다.

그래서인지 절반도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이병헌과 김태리의 새드엔딩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것은 시대를 대변하는 캐릭터 구축과 이야기를 잘 전개하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구한말 격변기 복잡한 시대상이 반영된 상황에서 나올법한 허구의 인물(유진 초이, 고애신, 구동매, 김희성)뿐만 아니라, 고종과 하야시 같은 실존 인물도 있고, 친일파 이완익(김의성), 외부대신 이세훈(최진호), 궁내부 대신 정문(강신일) 등 역사에 존재한 특정인물이 연상되게 하는 캐릭터도 있어 시대적 상황을 잘 이해하게 해준다. 때로는 이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해주기도 한다.

고종의 측근인 정문(강신일)의 결단력으로 친일파 이세훈을 제거한 후 고종에게 대한제국무관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10회에서 고종은 미국인인 유진 초이(이병헌)에게 무관학교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역사에서는 구한말 국권이 하나하나 일본에 빼았기면서 최익현, 유인석, 신돌석 등이 의병을 일으켜 관군 ·일본군에 대항하여 싸웠으나 대부분 체포되거나 관에 의해 해산된다.

이후 의병운동은 간도, 연해주 등 외국에서 옮겨져 군관학교와 연결돼 활약하게 되는데, ‘미스터 션샤인’은 이 부분을 어느 정도 다룰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더라도 역학관계 정도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 초이가 다른 나라로 전출갈 것을 희망하는 것이 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은숙 작가의 지금까지의 트렌디 드라마를 보면 매회 ‘단-짠’ 분위기를 확실하게 만들어 속도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그렇지 않다. 천천히 가고 있다. 이는 지루하게 느껴지게 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쌓아가는 역할을 한다. 그 시대가 가진 이야기를 담아나가는 과정이다. 이것은 10회 시청률이 무려 13.5%나 나왔지만, 화제성이 과거 김은숙 드라마에 못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진지하게 연기하고 있다. 10회에서 노비 출신의 미국군 유진 초이는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엔 누가 사는 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라고 애신(김태리)에게 질문하면서 애달픈 번뇌의 눈물을 흘렸다.

김태리도 젊은 나이지만 진지하면서 위엄있는 애기씨를 연기하고 있다. 유진이 애신에게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라고 하자 애신은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 하오.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라고 말한다. 이런 대사에도 작가의 고민이 묻어나 있다.

이병헌과 김태리의 멜로를 위해 역사와 시대를 터치하는 정로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증명됐다. 그렇다고 김은숙 작가가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 이병헌-김태리 멜로에 거부감을 가진 시청자가 있다. 너무 빨리 ‘러브’를 할 경우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8회말 9회초 김태리가 이병헌에게 “러브 하자”고 하자 이병헌이 “못할 거요. 다음은 ‘허그’요”라고 한다. 김태리는 이병헌에게 달려가듯 안기며 “H는 이미 배웠소”라고 했다. 포옹하는 이 커플의 이병헌 얼굴을 보면서 “로맨틱, 성공적”이 생각났다는 시청자도 조금은 있다는 사실을 김은숙 작가에게 진지하게 전하고 싶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