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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무인화시대 은행 점포 가보니…] 단순업무는 기계가…돈되는 일만 사람이
한국씨티은행 서교동지점은 디지털뱅킹 시대에 맞춰 간단한 은행거래는 앱 다운로드를 유도하고 지점에서는 심층 상담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점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은 과거 창구가 있던 서교동지점의 모습.
모바일 익숙치않은 고객엔 장벽
경영효율 높지만 금융소외 늘듯


지난 1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건물 2층에 위치한 씨티은행 영업점을 찾았다. 텔러를 없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단순업무 고객들은 모두 비대면 채널로 돌리면서 시중은행 가운데 지점수가 가장 적어진 은행이다.

점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창구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가림판이었다. 텔러는 물론, 고객들이 대기할 때 앉는 의자나 소파도 없었다.

텅 빈 객장 한가운데엔 나무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곳에서 남색 유니폼을 입은 한 직원이 고객에게 ‘씨티모바일앱’(씨티은행의 모바일뱅킹앱)을 내려받고 실행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은행이라기보다 휴대전화 판매점에 들어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텔러를 통한 창구 업무에 익숙한 고객들, 특히 스마트폰을 잘 쓰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이해하기엔 설명이 너무 어려운 듯 싶었다.

직원에게 펀드 상담을 받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지점 안쪽의 개별 상담실로 안내해줬다. 조용한 공간에서 은행원과 1대1로 얘기를 할 수 있어 집중이 잘 됐다. 뒤에 다른 사람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지 신경쓸 필요도 없어 편했다. 돈이 많다면 상담을 빌미로 여러 잡무를 부탁해도 될 듯 여겨졌다.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도 무인화 과정에 들어선 지 오래다.

KB국민은행 강남역종합금융센터에 파일럿 운영 중인 스마트텔러머신(STM)을 실제로 이용해 보니 화상 상담원을 통해 신분증 스캔, 손바닥 정맥 인증 등의 절차를 거쳐 통장업무와 체크카드 신규 발급 등 대부분의 업무 처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증빙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워 하루 출금한도가 100만원인 한도제한계좌만 개설할 수 있었다. 직원은 “신규 거래시엔 먼저 창구에서 서류를 내고 계좌를 만드는 게 낫다”면서 “무인기기 이용하는 고객들은 체크카드나 통장을 재발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위비스마트키오스크’를, 신한은행은 ‘유어스마트라운지’라는 무인개념의 서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한계들을 노출하고 있었다.

아직도 노인 등 IT에서 소외되거나, 자산이 많지 않은 이들에게 ‘무인화’는 은행에서 만든 ‘장벽’인 셈이다.

강승연·박이담·이민경 기자/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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