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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폭염, 이럴때 건강 ①] 폭염이 부르는 열사병, 골든타임을 지켜라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양산으로 햇빛을 막으며 출근하고 있다. 이날 서울 지역에는 최악 폭염으로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났다. 온열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연합뉴스]

-서울 기상 관측 사상 최고기온ㆍ초열대야 현상도
-온열 질환자ㆍ사망자 지난해 같은 기간 3배ㆍ5배
-“열사병. 체온 올라가 장기 손상…심하면 사망까지”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하산하던 50대 등산객이 쓰러졌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11시40분께 인천 계양구 목상동 계양산 중턱 인근 등산로에서 A(54) 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주변을 지나던 다른 등산객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 씨는 의식 없이 호흡만 유지하고 있었다. 출동한 119구조대는 A 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같은 날 낮 시간대 계양산 인근 기온은 38.2도였다. 인천에는 지난달 20일 오전 11시부터 13일째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A 씨가 열사병 증상을 보였다”며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냉찜질 등을 한 뒤 수액을 주입하며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보통 한여름 폭염은 장마가 끝난 뒤인 매년 7월 하순쯤 시작돼 8월 중순까지 20일 정도 이어진다. 그러나 올해에는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열흘가량 빠른 지난달 1중순께 폭염이 시작돼 벌써 20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더위는 심각하다. 지난 1일 최고기온은 기상 관측 111년 사상 가장 높은 39.6도였다. 일부 구(區)에서는 40도를 넘기도 했다. 다음날인 2일 최저기온은 30.3도였다.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불볕더위에 무리하게 실외 활동을 하면 A 씨처럼 온열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올해는 최악 폭염으로 치닫고 있어서 온열 질환자도 사상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의학계에서는 통상 온열 질환을 열부종ㆍ열사병ㆍ열실신ㆍ열경련ㆍ일사병(열탈진) 등 5개로 분류한다. 대표적 온열 질환은 열사병과 일사병이다. 특히 대개 의식이 있는 일사병보다 체온조절중추 기능이 상실돼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장기까지 손상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열사병을 조심해야 한다.

2일 질병관리본부의 ‘온열 질환 감시 체계(전국 의료기관 응급실 519곳 대상)’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총 2355명. 사망자는 29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893명ㆍ사망 6명)과 비교해 온열 질환자는 2.6배, 사망자는 4,8배나 된다.

열사병은 우리 몸에 있는 체온조절중추가 능력을 상실하면서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덕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하고 체온이 섭씨 40도 이상으로 높아져 근육과 장의 손상이 시작된다”며 “신속한 응급조치가 없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라고 했다.

이운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장시간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거나 무더운 장소에 오래 있으면 체온조절중추의 능력을 넘어설 정도의 상황이 발생한다”며 “열사병이 나타나기 직전에는 두통, 어지러움, 구역질, 경련, 시력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의식이 떨어지고 몸은 뜨겁고 건조하며 붉게 보인다. 체온이 40도를 넘지만 땀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사병은 강한 햇볕에 오래 노출되어 땀이 많이 나고, 이로 인해 체액이 부족해 생기는 온열 질환이다. 체내 전해질과 영양분이 손실되고, 수분 부족으로 이어져 탈수가 올 수 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어지럼증, 두통, 구역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해야 한다.

이덕철 교수는 “평소 이뇨제, 항히스타민제, 베타차단제 등의 약제를 복용하고 있거나, 고도 비만인 사람,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서 일사병이 잘 나타난다”며 “심한 피곤감과 무력감을 호소한다. 대개 체온은 37.7도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열사병은 빠른 응급처치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온열 질환이다. 이운정 교수는 “열사병은 일사병과 달리 땀을 거의 흘리지 않아 스스로 신체 변화를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무더위에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서로 다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열사병은 초기 대처가 무척 중요하다. 열사병 환자는 신속히 체온을 낮춘 후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이운정 교수는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환자를 그늘로 옮긴 후 옷을 벗기고 찬물로 온몸을 적시거나, 부채질로 시원한 바람을 쐬게 해야 한다”며 ”얼음ㆍ알코올 마사지로 체온을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병원으로 이송할 때도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맞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사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긴 후 다리를 머리보다 높게 해 바르게 눕힌 후 젖은 수건 등으로 체온을 떨어뜨린다. 이운정 교수는 “의식이 뚜렷하고 맥박이 안정적이면서 구토 증세가 없다면 물이나 전해질 음료로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온열 질환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무더위에 장시간 머물지 않는 것이다. 특히 구름이 없는 맑은 여름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의 강한 햇빛은 피해야 한다. 외부 활동을 피할 수 없다면 기상청 날씨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운정 교수는 “야외 활동 중에는 수분을 자주 보충하고, 땀을 많이 배출했다면 염분과 미네랄을 함께 보충해야 체내 전해질 이상을 방지할 수 있다”며 “통풍이 잘 되는 밝은 색 옷을 입고, 지나치게 꽉 끼는 옷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틈틈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다. 또한 커피, 탄산음료, 술 등은 오히려 체내 수분을 빼앗으므로 되도록 피한다.

이운정 교수는 “온열 질환은 70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만성 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서 발생하면 건강이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이라고 강조하며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온열질환 예방 3대 수칙인 물, 그늘, 휴식을 반드시 기억하고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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