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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찰, ‘박근혜정부 시절’ 정치인ㆍ민간인 전방위 사찰…靑보고 문건 단독 입수
[사진=청와대 보고용 경찰 사찰 문건]
-朴정부때 경찰 사찰활동 첫 확인 ‘파장’
-교육감ㆍ민간단체까지 사찰대상 포함돼
-전문가 “문건 속 위법 정황 다수 발견돼”
-당시 관계자 “사찰 아닌 범죄 예방 차원 정보수집”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유오상 기자] 경찰이 박근혜정부때 정치인과 민간인 대상의 전방위 사찰 활동을 한 것으로 문건으로 확인됐다. 이 사찰정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까지 청와대에 보고됐다. 경찰의 박근혜정부때 사찰 활동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경찰이 과거 이명박정부 당시 민간인 등을 사찰해온 의혹으로 자체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정부까지 전방위 사찰이 이뤄졌다는 문건이 나오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헤럴드경제는 이같은 경찰의 박근혜정부 당시 사찰활동을 담은 보고 문건을 1일 단독 입수했다.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문건 속에는 유력 야당 정치인들부터 교육감, 다수의 민간인 사찰 정보가 담겨있다. 문건은 복수의 전ㆍ현직 경찰과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입수했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경찰청 정보국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대통령 직무정지가 된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직전까지 전국 정보경찰을 통해 수집한 사찰 내용을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보고했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이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 속에서 경찰은 “대통령님의 ‘부패 척결’ 언급을 계기로 공직비리 해소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일선 공무원들의 사찰 정보를 정리했다.


다만 경찰이 문건 속에서 거론한 부패 척결이라는 목적과 실제 보고 내용은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한 문건에는 “한 지방의회 의장이 취임 후 다수의 여성들과 추문이 계속되고 있다”며 상대 여성의 실명과 거주지, 직장이 상세하게 기록돼있다. 근거리에서 미행 등을 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둘의 만남 장소 등도 함께 적혀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넘어 아예 다음 지방선거 등을 언급하는 등 정치적 활용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도 다수 있었다. 사실상 야권 정치인을 향한 표적 사찰로도 해석될 수 있어 보인다.

문건 내용을 확인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장)는 “문건에 적힌 내용 대부분이 공직자의 직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실상 개인 사찰”이라며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직권남용과 비밀침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문건 안에는 경찰의 합법적 정보수집으로 보기 어려운 불법행위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입수된 사찰 문건에 나타난 정치인 30여명의 정치인 중 당시 여권 소속은 4명 뿐이었다. 사찰 대상 중에는 정치인 뿐만 아니라 경찰의 정보수집 대상이 될 수 없는 민간 영역까지 포함됐다. 지역 민간단체 소속 회원과 공무원 노조, 전교조 동향을 정리한 뒤 “전교조 출신끼리 (인사)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보고 내용도 기록돼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특정 성향의 정치인과 민간인을 골라 사생활 등을 보고했다면 정당한 정보경찰의 직무가 아닌 불법 사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보고된 사찰 문건은 경찰이 자발적으로 작성해 보고한 것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정보국이 매일 일일보고라는 형식으로 청와대에 전국의 사찰 정보를 보냈을뿐 아니라 특정 시점마다 일선 정보경찰에 관련 정보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어느 특정 정권이 시킨 것이 아니라 경찰 스스로가 사찰을 본연의 업무라고 생각하며 불법 정보를 수집하고 청와대에 보고한 셈”이라고 했다.

청와대 측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청와대 관계자는 “경찰청 정보국에서 파일 형태로 사찰 정보를 치안비서관에게 전달하면 비서관이 청와대 입맛에 맞게 정보를 가공해 청와대 수석들에게 보고하는 식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정책정보 등의 이름으로 보고가 올라오지만, 사실상 개인에 대한 사찰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건 내용을 보면 공직자의 비위를 모았다고 하지만, 정권의 하명에 따라 특정 정치인의 개인적 비리와 사찰 정보를 경찰이 제공해왔다면 이를 경찰의 정당한 직무 수행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설 흥신소나 할 법한 일을 경찰이 공적인 자금을 투입해 저질러온 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정권 시절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당시 공직자 비위를 단호히 척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그에 따라 일선에서 떠도는 얘기 들을 수집한 것”이라며 “사찰이 아닌 범죄 예방 차원의 정보수집”이라고 했다. 그는 청와대 보고 과정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정보국장이 청와대 보고 문서를 직접 결재해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청와대에 보고한 문서를 국장 등은 열람하는 차원이었기 때문에 실제 해당 문건이 어떻게 보고됐는지는 당시 기록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경찰청은 “자세한 경위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확인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014년 청와대 치안비서관 지냈던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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