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44.8% ‘직장내 분위기로 휴가 못가’ ‘일자리 나누기’ 통한 대체인력 확보가 관건
주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되고 여름휴가철을 맞았지만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이른바 ‘사내 눈치’와 과중한 업무부담 때문에 연차 휴가조차도 절반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의 직장인 휴가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은 평균 연차휴가 15.1일 중 절반 정도인 7.9일만 사용했다. 배정된 휴가조차도 제대로 쓰지못하는 이유로는 ‘직장내 분위기’(44.8%,복수응답), ‘업무과다 혹은 대체인력 부족’(43.1%)이 주로 꼽혔다.
이달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에 들어갔지만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만이 대상이고 거기에다 6개월 간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뒀기 때문에 대부분 사업장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눈치 안보는 휴가와 일 가정 양립은 가야할 길이 멀다.
실제로 노동시간단축은 기업규모별로 50~300인 미만 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5~50인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산업현장에서 근로시간단축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휴가를 맘대로 가지못하는 이유는 결국은 ‘일’ 때문인데 이는 노동시간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절실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대체인력을 확보해야 눈치 안보는 마음 편한 휴가를 갈수 있고, 덩달아 일ㆍ가정 양립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휴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 확산이 시급하다.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고 그만큼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효과는 많게는 30만개에 달한다. 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고용종사자,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제외한 1010만명 중 2015년 기준으로 주 52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는 105만명(10.4%)인데 이들의 초과 근무시간만 모아도 상당한 시간이 나온다. 모두 일자리로 연결되진 않겠지만 산술적으로 20만~30만개 일자리는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주요국 가운데 최장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2016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2위다. OECD 평균(1763시간)보다 연간 300시간 더 많이 일한다.
우리나라 평균근로시간은 지난 2004년 주5일제 도입 이후 계속 줄었지만 제도가 전면 도입된 2010년 이후부터는 제자리걸음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주 54시간 이상 취업자 비중은 2000~2011년까지 매년 줄어 2013년 21.5%까지 내려가지만 2014년 22.7%로 다시 상승한후 지난해 20.2%로 다소 낮아졌다.
이같은 장시간 노동은 낮은 노동생산성을 초래하고 일과 생활의 불균형과 스트레스 증가를 초래해 업무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OECD의 2016년 PPP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시간 대비 노동생산성은 34.4달러다. OECD 평균인 52.0달러보다 17.6달러나 낮다. 전문가들은 “사내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마음대로 쓰고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비효율적인 노동관행을 개선한다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고용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dew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