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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블록체인과 의료용 대마, 상관 있을까?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블록체인 기술.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 광풍이 불면서 모두들 많이 들어본 기술일 것이다.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장부’로 불린다. 사용자들끼리 직접 거래를 하면서 블록에 내역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 거래가 정당한 지 아닌지는 거래하는 사용자들끼리 직접 판단한다. 그래서 은행이나 신용회사와 같은 제3자의 보증이 필요 없다. 설사 서로 믿지 못하더라도 시스템상에서 안전하게 당사자들끼리 직접 금융 가치를 교환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이다.

이처럼 금융거래 분야에서 많이 언급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의료용 대마 공급에도 쓰일 계획이다. 지난 18일 식약처는 대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뇌전증 환자나 뇌질환 환자들에게 대마에서 추출된 CBD 성분이 탁월한 진정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대마 의약품’ 수입 허용 발표가 아쉬운 이유 www.tapasnews.com/view.php>
 
블록체인

여전히 국회 통과라는 큰 산이 남아있긴 하지만 실제로 수입이 될 경우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대마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이 유통될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는 우려가 바로 오남용 문제다. 현재 의약품 유통시장 구조상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의 손에 어떤 약이 들어가 남용될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꼭 필요한 사람의 손에, 꼭 필요한 양만큼 들어가게 할 수 있다.

실제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전 과정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해주는 것이다. 의약품 생산 과정에서부터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앞서 언급했듯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의료기관이나 국가와 같은 제3자가 의료 주도권을 가지는 게 아니라, 당사자 자신이 직접 자신의 생체정보를 온전히 관리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약품을 쓸 수 있게 된다. 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강성석 대표는 “현재 필요한 것은 의료용 대마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일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력 과정 [제공=프라즘]

실제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프라즘 측의 설명에 따르면

1. 기본적으로 지원자에게 동의를 받아 IoT 디바이스, 검사기관과 주로 협력해 사용자들의 생체정보를 모으게 된다

2. 수집된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용 대마를 사용하기 적합한 상태인지 인공지능(AI)이 검증하게 된다

3. 인공지능(AI)은 사용자의 생체정보에 맞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나 (의료용 대마를 포함한) 의약품을 추천해준다.

이에 더해 대마의 재배와 생산, 유통 과정도 투명하게 관리된다는 장점이 있다. 권용현 프라즘 웰니스 디렉터는 “대마 의약품과 관련해선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 있다”며 “대부분의 의료진들이 의료용 대마를 처방해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이 서비스가 대마 처방에 관련한 알고리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 Sativex. [사진제공=GW Pharmaceuticals]

보안의 관점에서 보면 블록체인 기술의 강점은 더 발휘된다. 블록체인으로 암호화되어 저장되면 시스템에 참여해 생체정보를 제공한 사용자들 스스로가 노드(서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권 디렉터는 “수집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서 여러 요인들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고, 인공지능을 위한 배경 자료 또한 분산컴퓨팅을 통해 뒷받침이 가능”하다며 “블록체인 기반으로 생체정보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네트워크로 축적되는 빅데이터를 탈중앙화된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당장 이러한 기술을 실현하긴 쉽지 않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의료 영역에 적용하고 있는 나라는 전자 정부로 유명한 에스토니아가 유일하다. 이미 디지털 서명으로 처방전을 발급받을 정도로 전자서명이 보편화돼있다. 이런 에스토니아에서 환자 개인정보의 보안에 대한 괌심도와 사이버 공격에 대한 민감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에스토니아 정부와 자국 보안기업 가드타임(Guardtime)은 지난 2012년부터 의료정보 관리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전자정부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얹어 환자 개인 의료정보가 해킹되지 않는다는 신뢰를 강화한 것이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에스토니아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무엇보다 의료 영역’이라는 점에서 공공성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집착이 있어,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사회적으로 가능 한 것은 구분해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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