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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의 거목 최인훈 타계 …“‘광장’은 내 문학적 능력보다 시대의 ‘서기’”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광장’은 내 문학적 능력보다는 시대의 ‘서기’로서 급히 쓴 것이다.”

한국 현대 문학에 큰 획을 그은 기념비작 ‘광장’에 대해 작가 최인훈은 생전에 시대가 낳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기념비작 ‘광장’의 작가 최인훈이 23일 오전 지병인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분단에 따른 이념적 갈등과 자유의 문제를 일관되게 추구해온 작가는 얼마전 병상에서 남북해빙무드를 보며 “처음부터 통일되어 있어 끄떡없는 것보다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했다가 여태까지의 흐름을 거슬러서, 그렇게 다시 한국이 통일된다면 참 위대한 일이다”며, 통일의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1934년 국경도시 함북 회령 출신으로 해방과 함께 원산으로 강제이주당했다가 6.25전쟁의 발발과 함께 부산으로 피난온 그는 해방과 전쟁, 분단의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해왔다. 1959년 통역장교 시절, 쓴 단편소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자유문학’지에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이듬해 ‘새벽’지에 발표한 ‘광장’으로 해방 후 한국 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다.

1960년 4.19혁명의 공간 속에서 탄생한 ‘광장’은 발표 직후부터 문단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남북의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서 그 어느쪽에서도 밀실과 광장의 조화로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제3국을 택하는 주인공의 얘기는 문학적 증언이자 사건이었다.

교과서에 가장 많이 실린 작품인 ‘광장’은 현재까지 통쇄 204쇄를 찍고 아홉개의 개정 판본이 나와있다. 이는 소설은 늘 현재적 시점에서 다시 쓰여지고 읽혀야 한다는 작가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20년 넘게 침묵을 지키다 소련의 붕괴를 보고 다시 펜을 잡아 1994년 펴낸 ‘화두’ 역시 격랑의 세계사 속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그린 작품으로 큰 울림을 준다.

그는 1977년부터 25년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몸담으며 채호기, 황인숙, 신경숙, 황선미, 장석남, 이병률, 노희경,편혜영, 조경란 등 수많은 작가들을 길러내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25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강당에서 열린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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