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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여름 ‘짜증유발’①]잠 못자고 헛 구역질…코 찌르는 ‘여름 악취’ 때문에
생활 악취로 고통받는 서울시민이 늘고 있다. 특히 세균활동이 왕성한 여름철이 되면 매년 관련 민원이 쏟아진다. [사진=헤럴드DB]
-음식물 쓰레기 등 악취 민원 급증
-절반이 여름 집중…창문도 ‘꽁꽁’
-악취 기준 명확하지 않아 관리 난감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사는 주민 유인욱(49) 씨는 열대야에 시달리면서도 창문 하나 열 수 없다. 생선, 찌개류를 파는 인근 음식점들 때문이다. 참다못해 창문을 한 뼘이라도 열면 역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올라와 없던 두통이 생길 지경이다. 유 씨는 “왜 뚜껑 열린 음식물 쓰레기통을 길 한복판에 내놓는지 모르겠다”며 “뭐라고 말하기도 지쳤다”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 사는 직장인 고모(31) 씨는 얼마 전부터 출퇴근을 할 때 다른 길로 움직인다. 평소 이용하는 골목길은 술 냄새, 알 수 없는 비린내가 심해 갈 엄두가 안 나서다. 최근에 간 그 길은 고 씨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길목마다 소주ㆍ막걸리병이 나뒹굴고 몇몇 담장에는 노상방뇨 흔적이 보이기도 했다. 나무 그늘 아래에는 노숙자의 잠자리로 보이는 공간도 있었다. 고 씨는 “헛 구역질을 안 하려고 코를 막은 채 걸었다”고 회상했다.

생활 악취로 고통받는 서울시민이 늘고 있다. 특히 세균활동이 왕성한 여름철(6~9월)은 매년 관련 민원 수의 절반이 몰릴 만큼 ‘악취의 계절’이다. 서울시도 상황이 심각함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생활 악취는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 악취’를 뺀 대부분의 불쾌감을 유발하는 냄새로 정의된다. 골목길, 음식점,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새어나오는 냄새가 대표적이다.

23일 시에 따르면, 생활 악취로 인한 서울시민의 민원은 2015년 477건, 2016년 577건, 지난해 597건 등 매년 상승세다. 지난해를 보면 전체 민원 중 284건(47.5%)이 여름철에 접수됐다. 민원 접수ㆍ처리는 각 자치구가 한다. 민원이 느는 데는 위생관리 미흡 음식점의 증가, 주택밀집지역 슬럼화의 심화 등이 원인으로 시와 자치구는 추정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민원 발생지역이 한 두군데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수가 음식점ㆍ주택밀집지역에서 발생한다고 하나 표적을 삼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시와 자치구도 민원이 들어오는 모든 곳을 관리지역으로 두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사람마다 악취 민감도가 다른 만큼 무작정 규제에 나서기도 모호하다. 지금은 민원이 들어오면 자치구 담당자가 점검에 나서는 식으로 대응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악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지금은 책임자와 함께 (악취 유발)원인을 파악한 후 개선명령을 내리는 수준”이라고 했다.

결국 문제 해결에는 시민의 ‘자정작용’이 필수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수 악취와는 달리 생활 악취는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일이 많다는 데 따른 것이다.

시 관계자는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책임자가 스스로 경각심을 갖도록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며 “물론 상황이 심각한 일부 지역에는 악취저감시설 설치를 돕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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